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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이다혜 2023-10-17

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중 3권에 달하는 교토편의 핵심 내용을 추려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한권으로 출간되었다. ‘여행자를 위한’이라는 말에 걸맞게 주요 관광지 중심으로 목차가 구성되었는데, 유명 여행지를 문화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유홍준의 설명이 든든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일본에서도, 교토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토 여행은 유명한 절과 정원을 빼놓을 수 없는데 정원이 왜 유명한지를 짚고 넘어가는 대목이 3장에서 나온다. 한국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절 중에서 정원으로 유명한 천룡사(덴류지), 용안사(료안지), 계리궁(가쓰라 이궁)을 비롯한 장소가 소개된다. 아라시야마의 명소 천룡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로 일본 특별명승 및 사적 제1호로 지정된 정원이 있는 곳이다. 몽창 국사는 이름난 정원 설계가(작정가, 作庭家)인데, 그는 천룡사 준공에서도 큰 역할을 했으며 창건 후 줄곧 주지로 있으면서 제자를 키우고 법회를 열며 지냈다. 천룡사의 장대한 방장 건물과 석정 사이로 난 관람로를 따라가다 건물 모서리를 돌아서면 부드러운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아름다운 연못이 통째로 드러난다. 산 아래 안긴 듯한 연못이 눈길을 끄는 곳이 천룡사의 정원이라면 용안사의 정원은 독특한 석정 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개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흰 모래와 돌로 꾸민 마른 산수정원으로 여기에 진귀한 돌과 잘생긴 나무, 희귀한 꽃을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용안사의 석정은 “동서 25미터, 남북 10미터의 80평 정도 되는 공간을 낮은 흙담으로 둘러싸고 거기에 자잘한 백사를 가득 깔아놓은 다음 크지도 작지도 않고 잘생길 것도 없는 15개의 돌을 여기저기 배치했을 뿐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고 물도 흐르지 않는다”. 선(禪) 자체를 정원으로 표현한 이 공간은 유홍준의 설명에 따르면 “추상미술이기도 하고 설치미술이기도 하다”. 교토에서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책이다. 책을 들고 여행지에서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유홍준의 답사기가 갖는 큰 매력이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336쪽

일본은 정원이고 우리나라는 원림(園林)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