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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가여운 것들> 첫 시사 반응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소식을 필두로 주연 배우 에마 스톤의 열연을 향한 상찬,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뜨거운 예매 열기, 페미니즘 영화로서의 갑론을박까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가여운 것들>은 개봉 전부터 관객과 평자들의 관심 속에 있었다. 2월27일 <가여운 것들>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씨네21> 기자, 평론가들의 시사 후 첫 반응을 전한다.

김예솔비

전작보다 기괴한 통제의 방식을 발명하는 대신 벨라라는 여성의 모험을 오디세이의 장엄한 시각적 양식으로 다듬는 데에 상상력을 기울인다. 그간의 부조리극이 설명적인 방식으로 규율을 부과하면서 관객의 반응까지 예비된 경직으로 묶어두었다면, <가여운 것들>은 자극에 이끌리는 주체의 본성에 따라 이동하고 모험하는 활극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통제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반드시 모험일까. 다소 얄팍한 전복은 튀어 나가고 보복하는 쾌감을 주는 만큼이나 여전히 시스템의 자장 안에 놓여있는 듯하다.

유선아

의외의 놀라움과 고유의 인장이 고르게 섞여 있다. 란티모스의 필모그래피가 억압과 폭력, 위계와 구조의 상징성으로 갑갑하고 경직되게 느껴졌다면 <가여운 것들>은 그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유머러스하다. 벨라(엠마 스톤)가 던진 통념을 벗어난 실존주의적 의문과 실천은 기괴한 농담으로 승화되기도, 곤혹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다양한 색채의 미장센을 포함해 란티모스 세계가 새롭게 개화했다.

임수연 기자

불온하고 괴팍하다. 페미니즘으로 다시 쓴 <프랑켄슈타인>으로만 읽기에는 여성 해방과 혐오의 이미지가 아슬아슬하게 뒤섞이고, 빅토리아 시대를 스팀펑크로 재구성한 배경을 탐미적으로 펼쳐낸다. 동시에 끝내주게 재미있다. 아마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중 가장 표현 수위가 높지만 대중적 반응은 좋을 작품이 되지 않을까. 엠마 스톤이 오스카를 거머쥐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분기점은 <라라랜드>였지만 그가 가장 훌륭한 연기를 펼친 작품은 <가여운 것들>로 호명되어야 한다.

정재현 기자

즐거운 영화다. 벨라(에마 스톤)의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확장되는 색의 세계에 눈이 즐겁다. 벨라처럼 퇴각 없이 내처 질주하는 영화의 스토리 또한 즐겁게 따라갈 수 있는 구조다. 무엇보다 은근한 블랙 유머가 관객을 얼얼하게 만들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전작들에 비하면 <가여운 것들>은 란티모스가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다. 란티모스가 <더 랍스터>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등에서 보여준 계급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선도 형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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