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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범죄사회>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24-03-19
정재민 지음 / 창비 펴냄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에 출연했던 정재민이 쓴 한국의 범죄 이야기. 판사로서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이력과 우리 사회의 범죄대책을 마련하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일했던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저작이다.

우리는 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을까? 뉴스를 통해 접하는 범죄 소식은 어쩐지 점점 늘어나고, 또한 잔혹해지는 듯 느껴진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2~21) 우리나라의 전체 범죄 건수는 약 193만건에서 약 153만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절대적인 범죄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시민의 불안감이 심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정재민은 범죄의 “무차별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계상 급증하는 범죄는 사기, 마약, 성범죄로, 지난 10년간 24%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잘 관리하고 갈등과 원한을 만들지 않는다고 예방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수사의 발전상에 대한 글로 시작해 수사, 재판, 교정, 사형제도, 범죄예방, 입법에 이르기까지 순서대로 범죄를 바라보는 이 책은 범죄와 관련한 뉴스를 읽는 눈을 키우게 해준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의 이력이 십분 반영된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은가?” 부분이다. 사형을 시켜도 부족해 보이는 범죄자들에게 예상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지는 이유를 다룬다. 유죄판결을 내리기 위해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 “모두” 인정되지 않으면 무죄가 된다는 원칙적인 설명 중에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서 형을 감형해주는 ‘주취감경’도 책임이 감경된 것으로 본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대로 좋은가?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는 4장부터 6장까지를 권한다. 범죄의 원인, 예방, 입법까지를 살피는 부분이다. 이중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범죄예방 시스템은 현실화될 수 있나’는 보호관찰제도와 전자발찌를 채우는 전자감독제도, 범죄 대응 교육을 살핀다. 강자와 약자, 다수와 소수가 공존하면서 정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가 고심한 질문의 답도 만날 수 있다.

201쪽

폐쇄공간에는 구성원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의 기능이 침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닫힌 공간에는 비상구를 내놓아야 합니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창문도 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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