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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당신이 잠든 사이’, 유실된 기억과 함께 행방불명된 멜로와 미스터리
최현수 2024-03-20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덕희(추자현)는 1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기억 때문에 초조해한다. 그럴 때마다 남편 준석(이무생)은 혼란스러워하는 아내를 달래며 위로를 건넨다. 강압적으로 기억을 주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준석은 아내가 회복되기만을 묵묵히 기다린다.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덕희는 남편의 도움으로 미술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가인 준석은 어느 날 출판사의 청탁으로 자서전을 작업하기 위해 한달간 강릉으로 떠난다. 매일 남편과 통화하며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던 덕희는 어느 날 밤 걸려온 충격적인 전화 한통에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덕희는 준석 앞으로 날아온 과속 범칙금과 수백만원에 달하는 카드 연체금에 대한 걸 알게 되고, 지금껏 자신이 알던 자상한 남편에게 다른 면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는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접속> <텔미썸딩>을 만들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장윤현 감독이 1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접속>이 PC통신을 매개로 멜로를 그려냈고, <텔미썸딩>이 사체의 토막 일부를 조립한다는 파격적인 소재로 스릴러를 직조했던 것처럼 <당신이 잠든 사이>는 기억상실이란 설정을 앞세워 행복했던 부부의 삶 속에 숨겨진 비밀을 해체해나간다. 미스터리 로맨스를 표방하는 영화는 곧장 유실된 기억을 되찾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단란한 부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뒤 평온함에 서서히 균열을 가하는 방식을 택한다.

극의 전환점이 된 한통의 전화는 유실된 기억에 준석의 비밀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더한다. 하지만 복잡한 두 수수께끼는 치밀한 서사적 장치보다는 불행한 상황에 놓인 덕희의 극단적인 감정들에만 기대어 해소된다. 헐거운 비밀의 아쉬움을 무마하기 위해 소환된 격양된 감정과 자극적인 소재는 오히려 영화가 지향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섬세한 감정을 그려내기엔 과잉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직관적인 영화는 멜로와 미스터리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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