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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야기보다 앞선 캐릭터의 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오미카 히토시
이우빈 2024-04-02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의 무표정한 얼굴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대리한다. 쉬이 그 목적을 알 수 없는 영화의 이야기처럼 주인공 타쿠미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적 동요 없이 멍하게 지속되는 타쿠미의 얼굴은 무언가 괴상하고 웃기기까지 하며 관객을 매혹한다. 보통의 캐릭터와 다른 이 묘한 이질감은 오미카 히토시 배우가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원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촬영 현장에 제작진으로 참여해왔던 그는 “감독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처음으로 대사가 있는 연기”를 맡게 됐고, 영화의 초반부부터 5분에 달하는 롱테이크를 자신의 몸짓만으로 채워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산골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캐릭터의 설정을 체득해야 했다. 이에 그는 “실제 숲속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3일 정도 합숙”하면서 “산속을 거닐고 사슴이 나타날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타쿠미의 완벽한 장작 패기 실력 역시 이 합숙 기간에 습득했다. 촬영 로케이션을 제공해준 실제 주민의 집을 방문해 도끼질을 배웠고 이로써 타쿠미의 유려하고 적확한 도끼질이 완성됐다. 도끼질을 연습한 것은 오미카 히토시 배우뿐만이 아니었다. “하마구치 감독과 기타가와 요시오 촬영감독도 함께 도끼질”을 연마하며 이야기의 단서를 얻었다. 이는 “영화의 각본이 완성되기도 전의 과정”이었다. 워낙 산속 깊이 사는 인물이기에 타인을 만날 때도 “그렇게 표정이 풍부하지 않을 것”이란 캐릭터 해석도 중요했다. “딸아이와 지낼 때도 특별히 다정하지 않은 모습”을 타쿠미는 보여주게 됐다. 요컨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보다 인물의 언행이 먼저 완성된 캐릭터 영화였던 셈이고, 오미카 히토시 배우는 감독과의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타쿠미의 육체와 행동거지를 익힌 것이다.

반복해 말하건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껏 선득한 정적인 영화인 동시에 꽤 자주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영화이기도 하다. 오미카 히토시 배우는 “각본을 직접 쓰진 않았기에 웃음의 정확한 의도까진 모르겠으나 분명히 감독의 의식과 디렉팅엔 웃음의 요소가 포함”됐다고 회상했다. 물론 배우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코미디가 촬영 현장에서 생성됐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냥 넘겼던 장면에서도 관객들의 웃음이 만발”했다.

오미카 히토시 배우는 시나리오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보단 인물의 행동과 표면적인 이야기에 집중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타쿠미의 행동에 대한 영화의 커다란 의도를 깊게 생각”하기보단 “그토록 엉킨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타쿠미라는 한 개인의 입장에서 수용”하려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기묘한 혼란은 마치 타쿠미의 날 선 도끼질처럼 관객들의 뇌리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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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그린나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