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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 덜 사고 제대로 버리고 많이 걸을 때 행복한 사람”,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 배우 김석훈
이유채 사진 최성열 2024-05-28

환경영화제의 얼굴로 이만한 적임자가 또 있을까.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는 배우 김석훈이다. 구독자 19만명 이상을 보유한 개인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통해 쓰레기를 줍는 일상을 공개한 그는 일명 ‘쓰저씨’로 대중의 호응을 받으며 생활 속에서 지구를 구할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청명한 오전 인터뷰 당일, 어깨에 쓰레기를 담는 망태기 대신 에코백을 메고 가뿐히 스튜디오를 찾은 김석훈은 대화 내내 ‘하핫!’ 하는 통쾌한 시그니처 웃음소리로 현장의 고요를 기분 좋게 깨우며 테이블 위의 일회용 컵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로 선정됐다. 이번 위촉 소식이 기쁘면서도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은데 소감이 궁금하다.

= 오늘 미용실에 가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왔으니 탄소 중립에 반대되는 일을 했다. 우리 아이가 올해 5살인데, 기저귀를 천기저귀로 바꿔 쓰는 건 꿈도 안 꿔봤다. 하핫! 환경을 살리자는 말을 나서서 할 만큼 실천적인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그래서 겸연쩍다. 지금 하는 유튜브도 지구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뜻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 그저 궁금했다. 내가 일주일 동안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뉴스를 봐도 이 많은 게 재사용이 되는 건지 바닷속에 버려지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한번 공부해보고 싶었다. 다만 평소 이런 생각은 늘 해왔던 거다. 하루 한끼 정도는 제육볶음 대신 채식을 먹자, 덜 사고 덜 버리자.

- 밥차 이용 시 일회용 수저 사용, 곳곳에 방치된 종이컵 등 촬영장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고자 노력했을 것 같다.

= 특히 종이컵 쌓인 게 자꾸 눈에 띄니까 서너 작품 하는 동안 튼튼한 텀블러를 몇십개씩 사서 촬영장에서 돌렸다. 그런데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영상 만드는 현장이라는 게 그렇다. 찍고 빠지고의 반복이라서 일회용의 집합체다. 세트도 한번 쓰고 말지 않나. 옛날에는 촬영 한번 하고 나면 그 동네는 담배꽁초다 뭐다 하면서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사극 찍는다고 산이라도 가면 거긴 보는 눈이 없으니 더 심각했다. 지금이야 많이 좋아졌다지만 더 많이 변해야 한다.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기 어려운 곳이라 할지라도 거기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 인상 깊은 환경 관련 작품이 있나. 중고로 영화 DVD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발견한 보물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 EBS 다큐멘터리 시리즈 <숲이 그린 집>을 즐겁게 보고 있다. 호주 편, 미국 편 등 다양한데, 도시를 떠나 숲속에서 농약도 트랙터도 없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도시 생활이 익숙하지만 문명을 덜어낸 삶을 꿈꾸고 그럴 필요성도 느낀다. 최근에 중고로 산 1983년작 <블루 썬더>가 또 하나의 발견이다. <죠스>의 주연 로이 샤이더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LA 경찰 헬리콥터 조종사로 나오는데 여름에 보기 좋은 액션물이다.

- 유튜브 채널이 자리 잡고, 최근 <놀면 뭐하니?>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행보가 많이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평소 환경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부담이 되진 않나.

= 아무래도 밖에선 쓰레기 하나 버리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렇다고 그게 싫진 않다. 오히려 분리수거를 더 꼼꼼히 하자, 일회용품 쓰고 싶어도 한번 참자. 이런 긍정적인 마음을 먹게 된다. 아빠가 뭐 하는 사람 같냐는 질문에 아이가 쓰레기 줍는 사람이라고 답했을 때도, 배우가 연기 안 하고 뭐 하냐는 얘길 들었을 때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현재 내게 주어진 이 사명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못 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함께 노력해보자고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해볼 생각이다.

- 올해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올 거라고 한다. 이런 기후 위기 소식을 들으면 소소한 환경적 실천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하고 무력해지곤 한다.

= 그럴 땐 지구 말고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내가 숨쉬기 편하고 마시는 물이 깨끗해지고 우리 아이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보는 거다.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눈앞에 켜켜이 쌓인 쓰레기를 보면 행복하지 않을 테니 내 행복을 위해 그냥 치우는 거다. 연장선상에서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도 많이들 오시기 바란다. 예술에는 세상과 나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상영작들에서 그 힘을 넉넉히 받아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김석훈 배우의 상영작 추천작

“임기웅 감독의 <문명의 끝에서>. (눈앞의 일회용 컵을 들어 올리 며) 이게 나중에 매립되는지, 소각되는지 아니면 어디 아프리카로 수출되거나 신발 깔창이 되는지 그 과정에 관한 영화다. 내가 제일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인 자원의 순환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내용이라 무척 흥미롭다. 그래서 이 영화가 속한 섹션인 : ‘쓰레기통(通)’ 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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