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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 배우 정해인, “나도 처음 보는 내 모습이었다”
조현나 2024-05-24

<베테랑2>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정해인의 배역, 박선우의 정체다. 현장에서 우연히 서도철 형사(황정민)와 마주친 박선우는 능력을 인정받아 강력범죄수사대 소속의 막내 형사로 활동하게 된다. 에너지 넘치는 박선우의 활약은 상영 당시 많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이 끝난 다음날 라운드 인터뷰에서 정해인은 박선우로 분했던 지난 시간을 들려주었다.

사진제공 CJ ENM

- 영화에 박선우의 전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박선우를 계속 궁금해 하며 보게 됐는데, 맡은 캐릭터의 배경에 관해 생각해본 부분이 있나.

= 박선우를 표현하는 연기자의 입장이라 인물의 바닥까지 파고 들어갔었다. 그러다 내가 분석한 박선우와 시나리오 속 박선우가 충돌하는 지점이 생겼다. 이에 관해 류승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감독님은 박선우라는 인물이 관객의 호기심을 계속 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연출자가 그걸 원한다면 배우인 내가 주파수를 맞추는 게 맞다. 그래서 너무 복잡하게 전사를 집어넣는 대신 걷어냈다. 내 안에서 답을 만들어놓으면 그게 은연 중 연기에 드러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있던 궁금증도 사라질 테니까. 방해요소로 느껴지는 부분은 제거하되 더 정확하게 보여줘야 하는 부분들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 캐스팅 소식이 떴을 때 정해인 배우가 <베테랑>의 조태오와 비슷한 역할과 비중을 차지할지 기대하는 대중이 많았다. 뉴페이스로서 자신이 더 돋보이는 연기를 펼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아 신선했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연기들과도 다르다.

= 우선 결이 다른 연기로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작품은 스며드는 게 중요했다. 전작의 세계관이 이어지는 상태라 그 안에서 튀면 오히려 불리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선우도 일종의 사회적 가면을 썼을 거라는 것이다. 우리도 마음속에 가면이 몇 개씩 있지 않나. 부모님, 친구, 직장 선후배, 혹은 불편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 각기 다른 가면을 쓴다. 선우도 때에 따라 사회적 가면을 바꿔 사용한다. 박선우는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고 끈질기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도저 같은 타입이다. 강력범죄수사대에 완전히 녹아들기 전에도 팀원들에 대해 잘 알기 위해 그들을 꾸준히 관찰하는 집요함을 보인다.

- 선우는 매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액션을 선보인다. UFC 기술을 활용해야해서 익히는데 시간이 꽤 필요했을 것 같다.

= 상대도 나도 다치지 않으려면 기술을 정확히 알아야 했다. 액션 스쿨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당시에 UFC 경기를 자주 찾아봐서 지금까지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경기 영상이 계속 뜬다. (웃음)

사진제공 CJ ENM

-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정해인 배우의 익숙한 웃음과 박선우의 웃음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 거울을 보면서 내가 쓸 수 있는 얼굴 근육을 관찰해봤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다양한 웃음을 지어봤다.

- 그런 식의 연습은 많이 해봤을 것 같은데 전과 무엇이 다르던가.

= 현장에선 연습한 대로 잘 안 됐다. 막상 촬영장에서 슛이 들어가고 나면 본능적으로 계산되지 않은 표정들이 나오더라. 류승완 감독님이 모니터링 좀 잠깐 하자고 하셔서 같이 확인한 적이 있다. ‘본인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있냐’고 하시길래 ‘처음 본다’고 말했다. 내 얼굴이지만 굉장히 낯설었다.

- 그 낯섦이 좋았나.

= 감독님이 좋아하셨고, 연출자가 마음에 들어 하니까 플레이어인 나도 당연히 좋았다. (웃음) 이런 게 좋을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지점이었다. 그동안 본 적 없는 표정이라 느낌이 이상했다. 덩달아 대사 톤도 독특하고 이상하게 처리될 때가 있었다

- 뤼미에르 극장에서 <베테랑2> 시사를 해본 감상은.

= 후시녹음 때문에 내가 나오는 신만 조금씩 봤지 완성본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칸영화제의 레드카펫보다도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순간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었다. 박선우가 아닌 정해인으로서 깊게 몰입해 영화를 봤다. 내 연기를 체크한다기보다는 즐길 수 있었고, 이렇게 영화를 관람해본 것 또한 처음이다. 원래는 주로 내 연기를 먼저 보게 되는데 극장으로 오기 전 숙소에서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연기를 보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어머니까지 오신 이 극장에서 <베테랑2>를 보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온전히 영화를 즐기지 못한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 되감기를 할 수 있다면 처음엔 내 연기를 보고 두 번째엔 영화 전체를 보고 세 번째엔 연출을 봤겠지만 (웃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첫 상영에 온전히 몰입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또 언제 있을지 모르는 시간이지 않나. 내겐 칸의 여정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정식 개봉한 뒤에도 관객들이 영화를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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