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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즘 채식, 편견은 빼고, <채식의 정답> 양찬솔 감독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4-05-30

사람들은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된 걸까. 식탁 위의 소신을 지키는 젊은 채식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채식의 정답>은 2023년 에코크리에이터 청소년부문 대상작이다. 올해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찬솔 감독은 친구 이래호의 자전적 이야기에서부터 영화를 이끌어간다. 우울증으로 한해 동안 휴학을 선택한 래호는 집 밖으로 나가라거나 운동을 하라는 어른들의 조언에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날, 샐러드를 먹다 래호는 생각에 잠긴다. ‘나도 그냥 한번 채식을 시작해볼까?’ <채식의 정답>은 육식 생활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지적하거나 기성 생활양식에 저항하기보다 채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작품 성향은 환경문제와 채식을 관조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던 양찬솔 감독의 선택이 반영된 것이다.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싶었다. 먹는 것은 일상에서 매일 이뤄지는 일이다. 모든 이의 결정이 똑같은 이유에서 시작됐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에는 환경문제로 비건을 선택한 학생들의 입장도 담겨 있다. 그에 비해 래호는 환경운동에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분명히 자기만의 소신을 지녔다. 채식이라는 동시대적 문화 안에 어떤 현상과 근거가 뒤섞여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채식의 정답>이 느슨한 채식을 반복해 보여주는 것은 일상 속 기쁨을 억제해야 한다는, 채식이 지닌 보편적인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채식을 인내의 영역이 아닌 새로운 식문화 카테고리로 소개하며 어떤 재미를 누릴 수 있는지 알리고자 했다. 영화에는 1020 세대 채식주의자들의 공통점도 드러난다. 바로 SNS를 통해 채식 중심의 생활 패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비건을 실천하는 젊은 세대의 오늘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휩쓸리기보다 유쾌한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이어나가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음식을 만들고 요리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제한된 공간에서 동선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머릿속 계획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양찬솔 감독은 고등학교 영화제작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전폭적인 예산 지원으로 힘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영상제작지원 에코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총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처음으로 넉넉한 예산으로 영화를 찍어봤다. 장소 물색이나 장비 대여 등을 이전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예산의 지반이 안정되다보니 새로운 연출에 도전할 수 있었다. 안 해봤던 것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접목해보기도 했다. 영화제작의 경험 폭이 넓어진 느낌이다. 소중한 기회이자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