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후아유
[who are you] <찬란한 내일로>, 배우 유선희
홍수정(영화평론가) 사진 오계옥 2024-06-06

<찬란한 내일로>에서 유선희가 분한 한국인 통역사는 후반부에 홀연히 등장해 영화의 공기를 바꿔놓는다. 조반니(난니 모레티) 앞에서 그의 영화에 관해 자기만의 해석을 또박또박 말하는 장면을 돌이켜보라. 신인배우 특유의 어색함도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느껴진다. 유선희가 연기하는 인물의 말에 공감할 수 없음에도 계속 조용히 귀 기울이게 된다. 이것은 유선희라는 배우가 가진 자산일 것이다. 유선희가 연기하는 한국인 통역사는 이탈리아인과 한국인 사이를 매개하며 통역을 담당한다. 진지한 듯하지만 이 캐릭터는 “난니 모레티 특유의 유머가 녹아 있는 캐릭터”다. 유럽에서 예술 활동을 지속해온 아시안으로서 처음 데뷔한 영화의 배역이 통역사라는 점은 유선희에게 각별하다. “그동안 완전히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통역사의 역할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데뷔 영화에서 두 문화권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유럽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해온 유선희는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셧다운 당시 유럽에서 공연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때 배우인 친구가 연기를 권유해 에이전시에 들어갔고 오디션을 거쳐 <찬란한 내일로>에 합류했다.” 만 14살에 이탈리아에 도착한 뒤 <피아니스트의 전설>(2002)을 보고 감동하던 소녀는, 이제 피아노 연주와 연기를 병행하는 예술가로 성장했다. “내게 있어 ‘연기자’와 ‘연주자’라는 두 정체성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기를 시작한 뒤로 피아노를 연주할 때 보다 대담해졌다. 연기를 통해 나의 몸을 직접 써가며 예술을 표현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을 좋아한다는 유선희는 영화 <시냅시> 등 차기작 촬영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예술에서 어떤 경지에 이르면 자유로워진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 나만의 예술 세계에 닿고 싶다.” 그의 단단한 각오가 미덥다.

filmography

영화 2024 <시냅시> 2023 <찬란한 내일로>

시리즈 2024 <더 데카메론>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