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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장면 없는 아우성, 주인 없는 괴성에 경험을 조종당한다.
이자연 2024-06-05

풀밭 위에서 햇볕을 만끽하는 가족들, 나무 그늘에 몸을 맡긴 늘어진 오후. 한없이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영화는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와 그의 가족이 아우슈비츠에 자리 잡으며 비밀을 조금씩 드러낸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둘러산 40km 인근 지역을 일컫는 명칭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수용소장인 루돌프의 우아한 일상을 간직한 공간이자 벽 너머의 악행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받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아동용 자동차를 두고 다투고 어른들은 정원에 꽃을 심거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참담한 피해 사실이나 정치적으로 공모된 죽음 등을 한마디도 내비치지 않지만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메타포를 곳곳에 설치해 가장 직접적인 이야기를 가장 간접적으로 전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의 조각을 맞추도록 유도하면서 경험해본 적 없던 시절을 살아본 듯한 강렬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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