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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이다혜 2024-08-20
박인성 지음 나비클럽 펴냄

<계간 미스터리>와 한국추리문학상 수상작품집 등 한국 미스터리 소설들을 다수 펴내는 나비클럽에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에 이은 또 한권의 미스터리 비평서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가 출간되었다. <곡성> <파묘>와 같은 오컬트 호러부터 <선재 업고 튀어> 같은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르가 미스터리와 연결되어 전개되고 해석된다. 미스터리는 어떻게 모든 서사에 침투하는 힙한 장르가 되었을까. “무균실을 지향하는 세계에서 미스터리는 분명 유해한 이야기다. 미스터리는 언제나 선을 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의 플롯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를 구성하고 범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미스터리는 범죄를 매개로, 사회에서 촉발되는 다양한 유해함의 상상력을 다룸으로써 ‘유해한 이야기’를 넘어서는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현재 성공적인 한국 콘텐츠들의 공통점으로 미스터리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꼽는데, 실제 작품들을 살펴보며 미스터리의 공간, 사연(‘한’), 인기 설정이 된 ‘사이코패스’와 오컬트의 이야기를 비롯한 문제들을 살핀다.

<신세계>를 필두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한국적 누아르에 대한 분석글은 이 장르가 ‘남성 멜로드라마’라고 정의한다. “한국에서 누아르 장르는 기존 여성의 역할을 브로맨스가 대신할 뿐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의 구도를 취한다.” 이 책에 따르면 남성 멜로드라마로서의 누아르는 도덕적 구분을 다소 모호하게 만들면서 감정적 과잉을 남성 특유의 정서적 동일시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동성사회성은 남성적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판타지를 형성한다.” 분석의 대상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현실로 향한다. 숏츠가 인기를 끄는 시대에는 “미스터리는 느려터진 고구마 서사가 되고, 차라리 사적 제재에 대한 판타지는 사이다 서사가 된다.” <빈센조> <모범택시>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의 인기가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미스터리와 연결되는 공포물에 대한 언급 역시 흥미롭다. <곡성>에 대한 글에서는, “공포 장르와 결합된 가족-자경단 서사 및 재난 서사의 이야기 문법”이라면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와 자경단의 분투는 영화 <괴물>이나 <부산행>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한국적인 재난 서사”라고 짚는다. 그 결과 오컬트 장르로서는 충실하지 않은 이야기가 “재난 서사”와 “멜로드라마적 연출”의 절충을 통해 대중에게 설득력을 발휘하게 된다.

미스터리를 위해 비밀 공간을 구성할 수 있을 만큼 큰 공간을 소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지시하듯이, 근대 초기 고딕소설과 그 연장선상의 미스터리 장르에서 공포와 비밀은 언제나 계급적이다. /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