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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 없는 인간의 비참(블레즈 파스칼), 그리고 비전 없는 연출의 비참,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김경수 2024-08-21

이성 너머에 있는 무의식을 발견함으로써 서양 철학의 패러다임을 뒤집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불후의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을 쓴 기독교 변증가 C. S. 루이스가 만난 적 있다면? 흥미로운 가정에서 출발하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관객을 유신론과 무신론, 인류애와 염세주의가 부딪히는 진검승부의 장으로 초대한다. 영화는 1939년 9월3일 런던에서 시작한다. 프로이트(앤서니 홉킨스)는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서 런던에 망명해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전운과 모르핀 없이 견디기 힘든 구강암의 고통은 그의 마음속 죽음의 공포를 나날이 키운다. 그는 딸 안나에게 의존해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아인슈타인 등 석학을 초대해 지적 대화를 나누는 데 골몰한다. 그는 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C. S. 루이스(매슈 구드)를 초대해 생의 마지막 토론을 펼친다.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한국에도 상연한 적 있는 동명 연극을 각색했다. 원작자 마크 세인트 제르맹이 직접 각색에 참여했다. 제목 속 세션이라는 단어에 드러나듯이 영화는 두 캐릭터의 지적 토론에 그치지 않는다. 두 학자는 논쟁이 끝날 때마다 서로의 심연에 천천히 가닿고, 관객은 둘의 임상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다만 각본의 매력을 반감하는 평이한 연출이 아쉬움을 남긴다. 첨예해야 하는 대화에서 단조로운 숏-리버스숏이 반복되며 프로이트 부녀의 뒤틀린 관계와 C. S. 루이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가정사 등 캐릭터의 심리적 진실이 드러날 땐 플래시백이 남용된다. 그런데도 혼신을 담은 앤서니 홉킨스와 그에 뒤지지 않는 매슈 구드의 호연은 서스펜스를 한껏 살리며 연출의 평이함을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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