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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만한 공포에 사로잡힐 수 있도록, <에이리언: 로물루스> 페데 알바레스 감독
박수용 2024-08-22

웨이랜드 유타니사의 식민지 행성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청춘들. 자유를 찾아 행성을 떠난 그들은 버려진 우주정거장에서 초월적인 힘의 에일리언들을 마주한다. 가진 것 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며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고자 하는 젊음은 오늘날의 풍경과도 다르지 않다. 한편 이들이 탐험하는 우주선 속 검붉고 눅눅한 공기는 <에이리언>과 <에이리언2>의 오래된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개봉 직전, 40년 전의 영화 두편과 2024년의 관객 모두에게 안전히 도킹하는 운항법에 대해 영화의 두 파일럿인 페데 알바레스 감독과 주인공 레인 캐러딘 역의 케일리 스페이니 배우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원작 시리즈에 대한 경의를 숨기지 않은 페데 알바레스 감독과 자신 속에 본연히 존재하는 레인을 발견하고자 한 케일리 스페이니 배우의 의지는 어떻게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일견 모순된 두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는지 납득게 한다.

- <에이리언>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아이디어도 제작을 맡은 리들리 스콧에게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에이리언> 시리즈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 SF 세계관 위에 액션과 공포의 요소를 결합한 점이 좋았다. 특히 첫 작품 <에이리언>은 공포라는 감정 자체에 대한 묘사가 무척 뛰어나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못된 쌍둥이라고나 할까. (웃음) 미래적 배경이지만 동시에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가진 세계관이라는 점에서는 두 프랜차이즈가 닮았다. 하지만 <에이리언>은 <스타워즈>가 다루지 않는 아주 어둡고 음험한 주제와 표현, 극도로 강렬한 호러의 영역을 탐험한다. <에이리언>을 처음 봤을 때 내가 경험한 마법과도 같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로 시리즈를 처음 접할 지금의 젊은 세대에도 같은 감각을 선사할 수 있다면 좋겠다.

-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에이리언>과 <에이리언2> 사이의 시간대를 다룬다. 두 작품과의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 이야기나 캐릭터 측면에서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어느 작품과도 닮아 있지 않다. 그것이 매력이다. 아마도 이야기의 전개를 쉽게 예측하지는 못할 것이다. 스타일이나 세계관의 경우 분명 <에이리언>과 <에이리언2>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아마 두 작품을 겹쳐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두 작품을 병합하면 단순한 덧셈이 아닌 이전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라 믿었다.

- 체스트버스터, 페이스허거 등 에일리언 괴생명체가 무척 자세하게 그려진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끈적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 과정이 궁금하다.

= <에이리언> 속 크리처들을 탄생시킨 H. R. 기거의 디자인에 충실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제노모프, 페이스허거, 체스트버스터 등 기존 괴생명체는 물론 <에이리언: 로물루스>에 새로 등장하는 생명체들 또한 기거의 작풍에서 영감을 얻었다. 에일리언 디자인에 인간 신체의 요소를 차용하기도 했다. 자신과 닮은 부분을 상대에게서 발견할 때 그 기괴함으로부터 오는 공포가 증폭된다. 제노모프의 은색 치아를 인간의 그것과 비슷하게 디자인한 것이 그 이유에서다.

- <이블 데드> <맨 인 더 다크>라는 필모그래피가 말해주듯 공포영화에 조예가 깊다. 관객의 공포심을 효과적으로 유발하는 당신만의 연출 비법이 있나.

=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 보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때문에 공포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너무 많이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관객들의 상상력이 작동할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이번 영화의 초반부에는 아예 에일리언을 보여주지 않았고, 중반까지도 그들의 형체가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을 지양했다. 전작을 통해 이미 에일리언들과 친숙한 관객도 그 정체를 다시 천천히 발견하는 과정에서 충만한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 등장인물들이 페이스허거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냉동 밀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텅 빈 복도 등 인물들이 탐험하는 우주선 내부의 공간이 작품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어떤 질감을 구현하고자 했나.

= 에일리언의 경우와 같이 원전에 충실했다. <에이리언>의 컨셉 아티스트였던 론 콥의 디자인을 따른다면 그 위에서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에이리언> 시리즈의 일부처럼 보일 것임을 알았다. 심지어 콥이 <에이리언>을 위해 디자인했지만 실제 영화에 쓰이지 않았던 여분의 시안까지 끄집어내 이번 영화에 담아냈다.

- <이블 데드> 때부터 CG의 남용을 지양하는 연출 방식을 선호해왔다. 이번에도 그린스크린 대신 실제 우주선 세트 제작을, CG 대신 실사 효과를 추구했다. 에일리언 또한 정교한 애니매트로닉스 모델을 제작해 직접 촬영에 투입했다고.

= 나와 배우들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에게 더욱 사실적인 제작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를 보면 그 실재감이 피부로 느껴질 것이다. 무엇보다 <에이리언>과 <에이리언2> 사이에 안착해야 하는 영화라는 점이 중요했다. 작품간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제작 철학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물론 80년대의 애니매트로닉스와 지금의 기술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당시 <에이리언>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번 제작 현장을 보고는 “그 당시 이런 기술이 있었다면” 하고 부러워했다.

-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등장인물들은 시리즈 전 작품들의 주인공들보다 어리고, 우주탐사에 있어 각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

= 인생에 있어 20대 중반이란 청소년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시점이자 마지막으로 자아의 중대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통한 인물의 변화를 그리기에는 가장 적합한 나이대다. 시리즈의 이전 영화들이 다루는 전문가 동료간의 협업에도 정서적 유대와 반목은 존재한다. 하지만 가족 또는 소꿉친구 관계에서 끌어낼 수 있는 드라마의 깊이와는 비교할 수 없다. 누군가가 다치거나 낙오되었을 때 그저 눈을 돌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만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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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코리아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