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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저마다 다른 이별의 방식대로, <안녕, 할부지> 심형준 감독
최현수 사진 오계옥 2024-09-05

팝업스토어와 굿즈 대란부터, 푸바오를 보며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고백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번식 판다 푸바오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거대한 신드롬이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중국 반환이라는 이별 소식은 대중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다큐멘터리 <안녕, 할부지>는 예정된 작별의 순간을 앞둔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시간에서 출발한다. 가장 가까이서 푸바오를 향한 송가를 써낸 이는 심형준 감독이다. 사진, 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 예능, 미술과 밴드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가 그려낸 푸바오 이야기는 어떤 형태였을까. “떠나보내는 이들의 감정에 온전히 싱크를 맞추었다”고 고백한 심형준 감독으로부터 <안녕, 할부지>의 촬영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 사진작가로 시작해 뮤직비디오나 CF 등 비주얼이 강조되는 작업을 이어왔다. 기존 작업과 다큐멘터리 촬영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 촬영에 들어가기 전엔 이미지를 중시한 내 성향을 따라 뷰티숏이나 역동적인 연출이 어떨지 고민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이들의 시간을 꾸밈없이 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다큐멘터리에 다양한 톤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면 오히려 현실과 유리된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아름다운 구도보다는 조금 흔들리더라도 진실된 그림을 원했다.

- 짧은 시간 안에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사육 현장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 바오 패밀리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푸바오와 주키퍼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최소한의 장비와 인원만 대동했다. 판다월드 내부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사복을 입으면 변화에 민감한 판다들이 동요한다. 촬영 스태프 전원이 사육복을 입고, 최대한 사육 환경과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 송영관 주키퍼와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이 눈에 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주키퍼들과 돈독해진 관계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 주키퍼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했다. 서먹함을 지우려고 집요하게 다가갔다. 들이댔다고 해야 하나. (웃음) 덕분에 강철원 주키퍼의 텃밭이나 송영관 주키퍼의 집처럼 그들의 사적 공간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사모님들은 매체 노출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셨는데 마지막엔 마음을 열고 영화에 함께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내밀한 장면들이 담겼다. 최근 송영관 주키퍼의 신간 출판회에도 방문했고, 밴드 잔나비와 박노해 시인을 좋아하는 공통의 취향도 확인했다. 강철원 주키퍼는 텃밭을 가꾸는 소식을 자주 전해주신다.

- 3월3일과 4월3일, 푸바오는 두번 작별한다. 영화는 작별의 현장만큼 남겨진 공간에 집중한다.

= 강철원, 송영관, 오승희 세 주키퍼는 리더의 역할 때문에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오히려 감정은 모든 것이 떠난 뒤 정리하는 곳에서 잔잔하게 보였다. 푸바오가 지내던 야외 방사장을 정리하는 강철원 주키퍼와 송영관 주키퍼가 검역장에 남겨진 푸바오의 고구마를 보고 오열하는 장면이 그렇다. 어떤 개입도 없이 담담하게 담아낸 슬픔의 감정이 뒤늦게 느껴져 편집하는 내내 참 많이 울었다. 강철원 사육사의 텃밭도 마찬가지였다.

- 푸바오를 향한 대중의 열렬한 반응은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팬들의 반응을 어떻게 담고자 했는가.

= 팬들을 담는 장면이 가장 조심스러웠다. 푸바오를 통해 위로받는 팬들이 많았기에 가장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을 카메라로 담는 일은 민감한 문제였다. 영화에 사용된 모든 장면은 팬들의 동의를 거쳤다. 하지만 판다월드에서 우리가 건져 올린 표정들은 우울함만은 아니었다. 푸바오의 동상에 뽀뽀를 건넨 어린아이도 있었고 뒤늦게 내린 눈을 반기며 푸바오를 떠올리는 관객의 얼굴도 있었다. 저마다 다른 이별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했다.

- 기존의 동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안녕, 할부지>는 내레이션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 내레이션에 대해 어색한 감정이 있다.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상황을 대변한다면 영화의 진실성을 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레이션을 배제하는 선택을 하고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인터뷰를 어마어마하게 땄다. (웃음) 4차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가편집본은 내레이션을 대신한 주키퍼들의 인터뷰가 많이 들어갔다. 다시 생각하니 굳이 이 상황을 계속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목소리를 걷어내고 담백하게 그들의 상황을 따라가보았다.

- 강철원 주키퍼가 아이바오, 러바오와 함께한 시간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 애니메이션이 픽션의 극단에 있다면 다큐멘터리는 리얼리즘의 극단에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참 어렵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 연출을 고수한 이유는 내가 미처 다루지 못한 시간에 상상력을 더해 따뜻함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강철원 주키퍼가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는 실제로는 저렇지 않았는데 하면서 웃으시더라. 두 판다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연애하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제작했다.

- 연출했던 예능프로그램 <전현무계획>이나 <제시카&크리스탈> 시즌2도 주요 인물간의 관계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평소에도 관계를 그려내는 데 관심이 있는 편인가.

= 나는 여행을 즐겨 하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아한다. 전현무 형과는 그런 부분이 잘 맞아서 예능 <전현무계획>을 기획하게 됐다. 이야기를 가공하는 예능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관계의 진솔한 면을 발견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큐멘터리라는 포맷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 <안녕, 할부지> 연출 전에 따로 영화를 준비했다고. 어떤 작품을 구상 중이었는가.

= 해방촌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음악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뮤직비디오 연출 데뷔작인 종현의 <하루의 끝>도 장편 시나리오로 개발 중이다. 내가 만든 이야기지만 오타니 료헤이, 최유화 배우와 도쿄에서 찍었던 뮤직비디오의 비하인드가 항상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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