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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민과 낙담 대신 덤덤하게 고백하는 아이와 나를 지키는 법, <그녀에게>
최현수 2024-09-11

아들딸 낳아 강남으로 이사, 정치부장으로 승진, 이후 편집국장 역임. 앞선 목표들은 올해의 기자상을 받을 정도로 유능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이 신혼여행에서 세운 그녀의 인생 계획이다. 하지만 쌍둥이를 임신한 상황에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던 그녀의 삶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어릴 적부터 더딘 모습을 보인 둘째 아들 지우(빈주원)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상연은 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낯설고 서툰 길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한다. 이상철 감독의 <그녀에게>는 언론인 출신 작가 류승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로서 겪은 일화를 담은 원작처럼 영화는 장애 아동의 육아를 맡게 된 부모 상연의 현실에 집중한다. 자녀의 장애 판정 직후 느낀 당혹스러움, 육아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들, 주변인들의 차별적 시선들과 그로 인한 상처, 그럼에도 장애 아동을 키우며 발견하는 희망과 연대의 순간들까지. 당사자가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감정과 맥락을 연민과 낙담으로 쉽게 빠지지 않은 채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장애등급제도의 맹점, 한국 사회의 편견 어린 대응, 경력 단절과 육아 노동의 문제 등 영화는 그녀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도 시선을 돌릴 만큼 충분한 여유 공간을 남긴다. 무엇보다 관객을 장애 아동의 육아 현장으로 초대하는 김재화의 열연이 영화에 부피를 더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자신과 아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상연의 성장이 김재화의 입체적인 얼굴 위로 완벽하게 덧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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