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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뉴트론>의 감독 존 A. 데이비스
2002-06-19

“내 유년의 판타지가 나의 힘”

자신의 꿈을 생생하게 살려내 뛰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터 혹은 애니메이션 감독은 부러운 직업이다. 오픈카처럼 위가 뻥 뚫린 로켓을 타고 버젓이 대기권까지 날아오른다든지, 롤러코스터와 대회전차 등 놀이공원을 통째로 우주선으로 개조해 우주에 띄운다든지, 아무리 황당무계한 상상도 이들의 손을 거쳐 생명을 얻는다. 최근 개봉한 3D 컴퓨터그래픽애니메이션 <지미 뉴트론>의 감독 존 A. 데이비스 역시 부러운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집안의 비밀통로, 로봇 강아지, 외계인과의 전투 등 “내 유년의 판타지,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살려낸” <지미 뉴트론>은 그에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던 작품. 보는 이들도 자신처럼 어린 시절의 꿈을 환기하는 재미를 나눌 수 있길 원했던 그의 바람대로, 가족 관객의 환대를 받으며 미국에서 제작비의 4배에 가까운 8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성공도 거뒀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란 존 A. 데이비스가 판타지를 실현하는 마법의 트릭을 목격한 것은 중학교 때. 우연히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놀러갔던 그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 기법을 시연하는 워크숍에 눈길이 갔다. 물체를 한 프레임씩 움직여가며 찍고, 나중에 화면에서 그 프레임의 연결에서 살아나는 애니메이션이 못내 신기했던지,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비디오카메라를 꺼냈다. 액션 피겨 장난감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움직여가며 찍어본 경험이 잊을 수 없는 첫 애니메이션 습작이었다. 그뒤 데이비스는 댈러스의 영화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거쳤고, 딱히 컴퓨터를 잘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배워가며 일했다.

<지미 뉴트론>의 실무 프로듀서이자 오랜 동료인 키스 알콘을 만난 것도 그 시절. 회사가 문을 닫은 뒤 2∼3년간 할 일이 없었던 두 사람은, 87년 자신들의 꿈의 공장인 DNA프로덕션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DNA프로덕션은 30분짜리 3D애니메이션 <산타 vs.눈사람> 등 TV물과 CF에서 2D와 3D 캐릭터 디자인으로 먼저 이름을 얻었다. 장편은 <지미 뉴트론>이 처음. <지미 뉴트론>은 데이비스가 95년에 만든 단편 <런어웨이 로켓보이>를 바탕으로, <에이스 벤츄라>의 작가이자 감독인 스티브 오데커크와 함께 TV시리즈로 기획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기획을 맘에 들어 한 니켈오디언과 자매회사 파라마운트가 시리즈와 장편을 둘다 원해서 장편을 먼저 하게 된 것.

마침 올해 신설된 오스카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까지 오른 <지미 뉴트론>의 첫술을 뒤로 하고, 데이비스와 그의 팀은 가을에 방영될 TV시리즈 준비에 한창이다. 작품마다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곤 하는 픽사나 PDI의 규모를 따르기는 힘들고, 대부분의 중소제작사들과 마찬가지로 차별화가 그의 전략. 라이트 웨이브 등 누구나 살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만든 <지미 뉴트론>처럼, 더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도 2년이면 볼 만한 장편을 만들 수 있다는 DNA의 전략을 내비친다. 아직도 퍼낼 수 있는 아이디어의 우물이 깊고 깊은 모양이다. 황혜림 blauex@hani.co.kr 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