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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의 3D 애니, <지미 뉴트론> 만든 만화채널 <니켈오데온>
2002-06-20

틈새를 노려라!

케이블TV의 채널을 돌리다보면, 몇 가지 면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우선 밤늦은 시간에 여성 채널이나 영화 채널 또는 이벤트 채널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의 표현수위다. 예를 들어 란제리 패션쇼나 B급영화 그리고 TV시리즈 등에 등장하는 여성의 신체노출 수위는, 저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 한편 애니메이션 채널을 보다보면, 일본의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들을 거의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 한편을 보려면 일본에 출장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비디오를 부탁하거나 아니면 거의 누더기가 된 불법 복제본으로 만족해야 했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 그때 같았으면 그 모든 애니메이션들을 다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하고 TV 앞에 앉아 있겠지만, 이제는 오히려 언제든지 하루종일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때문에 애니메이션 채널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린이들에겐 여전히 애니메이션 채널이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리란 점은, 굳이 증거를 찾아보지 않아도 명백하다. 가입자가 확보되지 않아 대부분의 PP(Program Provider)들이 허덕이고 있던 케이블TV 초기부터 애니메이션 채널은 그나마 잘 나가는 대표적인 채널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비슷해서, <카툰네트워크>(Cartoon Network), <디즈니 채널> <니켈오데온> 등의 애니메이션 채널은 영화 채널 , 스포츠 채널 , 뉴스 채널 , 음악 채널 등과 함께 메이저 채널로 확고한 자리를 굳힌 상태다. 그중에서도 <니켈오데온>은 경쟁 애니메이션 채널들과는 달리 케이블TV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선보여 성공시킴으로써 최근 큰 주목을 끌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개봉된 <지미 뉴트론>이 그 대표적인 경우.

그동안 <니켈오데온>이 선보인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은 크게 투자 규모를 최소화하고 기존 TV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의 특징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디즈니나 폭스 워너브러더스와의 경쟁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함과 동시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전략으로 선보여 예상치 않았던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국내에서 EBS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러그래츠>를 극장용으로 만든 <러그래츠 더 무비>(1998)와 <러그래츠: 파리에 가다>(2000)가 있다. 지난해에 개봉되었던 <지미 뉴트론>은 직접적으로 <니켈오데온>을 통해 방영되었던 TV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단편 <달려라 로켓 소년>을 기반으로 저가의 3D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런 연속적인 성공에 고무된 <니켈오데온>은 똑같은 전략으로 6월28일 <헤이 아놀드! 더 무비>를 전 미국에 개봉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어린이용 실사영화의 제작 참여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니켈오데온>은 그동안 <꼬마 스파이 해리>(Harriet the Spy, 1996), (1999), (2000) 등을 제작했으나, 큰 재미를 못 본 것이 사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의 성공으로, 어린이/가족용 영화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이 자체적인 평가다. 아직 구체적인 작품 라인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니켈오데온>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영화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그 이름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오데온(Odeon)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음악, 연극, 화랑 등을 의미하는데, 1782년 파리에 공연을 위한 오데온 극장이 세워지면서 공연장의 의미로 굳어져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1903년 J. P. 해리스와 H. 데이비스라는 두 미국인이 피츠버그에 미국 최초의 영화상영관을 만들면서 그 이름을 ‘니켈오데온’이라고 정한 것이, 오늘날 <니켈오데온>의 이름이 나오게 된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니켈이란 미국의 5센트짜리 니켈화를 말하는데, 당시 입장료가 5센트여서 ‘5센트짜리 극장’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지어진 것이다.

여하튼 애니메이션 채널과 함께 극장용 애니메이션/영화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니켈오데온>은 당분간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과는 다른 측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너무 많은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한몸에 붙어 있는 , 황당한 중학교 생활을 하는 진저라는 여학생의 이야기 , 남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남매가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 와 정장을 입인 스펀지가 펼치는 바닷속 모험 이야기 등이 그 대표적 예들. 관객의 입장에서는 <니켈오데온>의 그런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을 이어가길 바라야 할 것이다. 그래야 디즈니나 드림웍스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자극을 받아, 더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만들려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사진설명

1. <니켈오데온> 공식 홈페이지.

2. <니켈오데온>에서 공식적으로 선보인 첫 번째 3D애니메이션 <지미 뉴트론>.

3. <니켈오데온>에서 극장용으로 만들어 성공한 TV애니메이션의 대표작 <러그래츠: 파리에 가다>.

4. 올 여름 <니켈오데온>이 선보일 신작애니메이션 <헤이 아놀드! 더 무비>.

<니켈오데온> 공식 홈페이지 : http://www.nick.com

<지미 뉴트론> 공식 홈페이지 : http://www.nick.com/all_nick/movies/jimmy_neutron

<지미 뉴트론> 한글 공식 홈페이지 : http://jimmyneutron.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