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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먼 발치에 선 마음의 크기와 모양, <하이퍼나이프> 배우 윤찬영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5-03-27

윤찬영은 자주 달린다. 극 중에서 무언가를 구하기 위해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진실을 향해서 계속 달린다. 복수심으로 가득 찬 섀도닥터 세옥(박은빈)의 친근한 조력자인 영주는 윤찬영의 앳된 얼굴과 진중한 목소리,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내달리는 성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이퍼나이프>는 서늘하고 광기 어린 메디컬 스릴러를 조명하는 사이에도 윤찬영이라는 밝은 빛으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 첫 등장부터 영주는 세옥의 긴밀한 조력자로서 활약을 펼친다. <하이퍼나이프>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영주의 어떤 점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파악했나.

영주는 세옥을 위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 마음의 크기와 형태는 어떤 모양일까를 고민했다. 이 부분을 생각하는 게 서 실장 캐릭터를 잡는 데 가장 큰 중심이 됐다. 처음에는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영주가 눈치 없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성격일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씩 더 다가갈수록 차분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모든 정황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눈치 없는 척을 하는, 그런 그림으로 접근했다. 김정현 감독님도 선배 배우들도 그 부분을 색다르게 바라봐주셨다. 나의 해석이 잘 맞아떨어진 경험이 너무 좋았다.

- 광기에 가득 찬 세옥과 달리 영주는 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다소 무르기도 하고 감정적인 동요도 크고, 종종 세옥을 나무라기도 하는데. 세옥과 붙어다니면서 둘의 성향과 성격 차이를 어떻게 드러내려 했나.

내가 세옥을 케어할수록 일방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 어쨌든 영주의 삶에서 세옥의 지분이 크기 때문에. 사랑은 아니지만 뭐랄까, 어미새를 쫓아가는 아기새 같달까.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옥도 무심하게 물건을 막 집어던지지만 가만 보면 그 자체가 엄청난 관심이다. 어쨌든 영주에겐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선물해준 인물이니까.

- 2025년 시리즈 신작 라인업을 미리 만나보는 특집(<씨네21> 1490호)에서 김정현 감독에게 눈여겨볼 신인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신인은 아니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배우라며 윤찬영 배우를 짚어줬다. 어떤 점에서 자신이 지목되었다고 생각하나.

저를요? (환히 웃으며) 아마도 그런 부분이지 않을까. 대본에 나와 있는 캐릭터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들을 더 깊이 있게 만들고 싶어 하는 의지가 크다. 배우로서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특히 <하이퍼나이프>에서는 정말 안정적인 신체와 정신으로 촬영에 임했다. 작품을 하다 보면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큰 산 같은 선배님들이 함께 계시니 말할 수 없을 만큼 든든했다. 설경구 선배님, 박은빈 선배님 모두 심각한 장면에도 카메라 밖으로 감정을 끌고 나오지 않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것처럼 자유롭게 모드 전환이 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 2화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숨 가쁘게 청소하던 장면이 무척 인상 깊다. <하이퍼나이프> 초반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영주를 향한 짠함이 커지는 장면이었다.

그날은 그냥 청소부였다. (웃음) 집에 바퀴벌레가 나오는데 그냥 놔둘 수는 없잖나. 영주는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정말 하기 싫지만 처음은 아니니 또 익숙하게 해내는. 그 장면에서 탈의를 해야 하는데 영주는 서사적으로 몸이 좋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삐쩍 마른 몸이 적합할 것 같아서 물만 마시며 촬영을 이어갔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호흡도 얕게 했다. 초반에 정말 공들였던 장면이다.

- <지금 우리 학교는> <아무도 모른다> <소년비행> 등 필모그래피를 둘러보면 학생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번에 맡은 영주는 성인이지만 여전히 학생 영역에 포함돼 있다. 특정 이미지에 정착할까 염려한 적은 없는지.

전혀 없다. (웃음) 어려서부터 연기 활동을 해오다보니 스무살이 되었을 때 비슷한 질문이 많이 따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 속 캐릭터는 같은 교복을 입더라도 늘 다른 환경에서, 다른 성향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이 마주하는 시련과 슬픔도 각기 다르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내 마음가짐이나 이해도 모두 다르다. 비슷해 보일 수는 있어도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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