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니발 시즌2>
디즈니 +/ 8부작 / 연출 가타야마 신조 / 출연 야기라 유야, 가사마쓰 쇼 / 공개 3월19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전통의 폭압에 맞서는 폭력의 인간
한적한 시골인 쿠게 마을에 새로 부임한 아가와 다이고 순경(야기라 유야)은 마을의 지주 격인 고토 가문에 끔찍한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실종 사건 주위엔 언제나 고토 가문의 손길이 뻗쳐 있던 것이다. 고토 가문과 마을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에도 다이고는 이 모든 비밀이 700년간 이어져온 고토 가문의 풍습과 관련돼 있단 사실을 알아챈다. 다이고는 경찰과 합심해 쿠게 마을을 본격적으로 덮치기에 이르지만, 고토 가문은 지지 않고 전면전을 벌인다.
살벌한 긴장감과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을 대비시키며 큰 호응을 불렀던 <간니발> 시리즈의 속편이다. 한국에도 소개된 <실종>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등 근래 일본영화계의 장르영화 장인으로 떠오른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시즌1에 이어 연출을 맡았다. 폐쇄된 공동체의 비밀을 외부인이 파헤친다는 점에서 <이끼>나 <곡성>과 같은 작품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다이고와 고토 가문의 갈등 구도가 주된 골자를 이루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고토 가문의 전통을 외부인이 타파하려 한다. 이 속에서 혈족, 민족 중심주의의 그릇된 사고방식이 드러나고 고토 가문이 숨기는 괴물의 형체가 미지의 공포를 더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고토 가문에 대적하는 다이고의 성질이다. 과거 크나큰 폭력을 저질렀던 다이고가 어떠한 정의나 의협심보다도 사적 폭력에 경도된 인물로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양새가 작품의 격렬함을 키운다. 시즌1의 스산하고 은밀한 서스펜스와 달리 전면전으로 들어선 시즌2의 초반부는 외려 다소 힘이 빠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나,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충분히 기다려봄 직한 작품이다. /이우빈
<로커비>
웨이브 / 5부작 / 연출 짐 로치 / 출연 콜린 퍼스, 캐서린 매코맥, 샘 트라우턴, 마크 보너, 앤디 나이맨 / 공개 3월1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유족의 시점으로 기록된 사려 깊은 재난 보고서
1988년 12월21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영국 스코틀랜드의 도시 로커비 상공에서 팬암 103편이 폭발한다. 이 사고로 탑승자 259명과 로커비 주민 11명이 사망했다. 짐 스와이어 박사(콜린 퍼스)는 해당 편에 탑승한 딸 플로라를 잃었다.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영국 정부가 로커비 참사에 대한 특별조사를 제대로 행하지 않자, 짐 스와이어 박사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족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로커비>는 실제 발생한 팬암 103편 폭발 사고가 바탕이 됐다. <로커비>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법정 시퀀스다. 증언하는 피해자, 유족, 목격자들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가려 극적 연출의 효과는 피하면서도 이들의 발언은 신중하게 극에 담아냈다. 짐 스와이어 박사는 테러 혐의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유죄판결을 받은 압둘바셋 메그라히를 외면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에선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조현나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4부작 /연출 잭 손 /출연 오언 쿠퍼, 스티븐 그레이엄, 애슐리 월터스 /공개 3월1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원테이크의 여백이 망가진 우리네 모습을 가리킨다
동트는 새벽녘, 밀러 가족의 집에 경찰 특공대가 들이닥친다. 이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13살 소년 제이미(오언 쿠퍼) 때문이다.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중학생 제이미는 같은 학교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다. 범행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있지만 살해 동기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 제이미의 학교를 방문한 루크 경위(애슐리 월터스)는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어린 소녀가 살해된 직접적인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전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소년의 시간>은 동급생을 살해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 수사물이다. 공개 직후 화제를 모은 원테이크 연출은 인물들이 처한 혼란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서사가 진행될수록 그 기능을 점차 확장한다. 컷 전환을 최소화한 여백 속에는 진실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의 몸짓과 한 소년을 악마로 만든 망가진 시대상이 스며든다. 무엇보다 오언 쿠퍼의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김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