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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 판타스틱 장르영화 백서(1)
2002-07-05

당신이 내 사랑이라구요?이런 세상에!

◆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Hedwig and the Angry Inch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존 카메론 미첼

미국/ 2001년/ 95분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드랙퀸 가수 ‘헤드윅’과 그/그녀의 록밴드 ‘앵그리 인치’가 주인공인 슬프고도 아름다운 록뮤지컬영화. 오프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으로, 원작 뮤지컬을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이 각본, 감독, 주연을 도맡아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판타스틱’한 이유로는 헤드윅의 인생여정의 판타스틱함 이외에도 영화의 실험적 형식을 들 수 있다. 헤드윅이 자신의 밴드 앵그리 인치와 함께 공연을 하는 사이사이 그의 성장기의 비밀과 성전환을 하게 된 연유, 소년 토미와의 사랑 등이 노래, 애니메이션, 플래시백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묘하게 흘러나오는 이 영화는 뮤직비디오 같기도, 실험영화 같기도 한 기묘한 표정을 발한다.

엉터리 성전환수술로 유방을 얻지 못하고 대신 남자성기를 1인치 남기게 된 헤드윅은 무대에 설 때면 늘 화려한 가발과 의상, 화장으로 치장한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강점. 글램 록, 발라드, 컨트리, 하드록, 왈츠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주는 감동으로 인해, 이 영화는 기이한 인물 헤드윅의 삶과 사랑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외로움 속으로 녹여낸다.

◆ 사랑의 승리 The Triumph of Love

감독 클레어 페플로에

출연 미라 소비노, 벤 킹슬리

이탈리아·영국

2001년/ 107분

공주가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는 현 왕실에 의해 억울하게 왕권을 빼앗긴 왕위 계승자. 공주의 사랑을 탐탁해할 리 없다. 공주의 묘안은 남장을 하고 신분을 위장해 그와 친구가 되는 것. 그러나 남자의 스승과 누나가 동시에 공주를 사랑하게 되는 등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만 간다. <사랑의 승리>는 여성의 연애심리 묘사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18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마리보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으로, 성과 신분에 대한 오해, 행동 동기에 대한 혼란, 그 ‘헛소동’을 그리고 있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진정한 사랑은 모든 장애를 극복하게 마련이라는 고전적인 메시지를, 원작의 느낌에 가깝게 연극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시대극인 이 영화의 중간에 현대 의상을 입은 이들이 스쳐지나가는데, 그것이 ‘옥에 티’가 아니라는 건, 영화의 끝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아내 클레어 페플로에가 연출했다.

◆ 여자, 전화 Moonlight Tariff

감독 랄프 휘트너

독일

2001년/ 93분

사랑은 아름답지만 하고 있는 동안은 지옥이다. 사랑의 본궤도에 두 사람이 일심으로 진입하면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보여주어도 좋지만, 그때까지 연애는 마케팅이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독일의 중견 감독인 랄프 휘트너의 <여자, 전화>는 방광염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만나서 마침내 생애 최고의 섹스까지 나누는 데 성공한 근사한 남자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노처녀 코라의 전화줄처럼 엉킨 머릿속을 시시콜콜한 독백으로 전하는 발랄한 형식의 로맨틱코미디다. 남자들이 토요일 저녁에 전화하겠다고 말할 때, 정확히 토요일 저녁은 몇시를 말하는 것일까? 소파까지만 허락할 마음을 먹고 남자의 아파트를 방문했는데 아예 소파가 없다면 어떤 행동방침을 정해야 할까? 자문자답에 지친 코라는 그냥 수화기를 먼저 들고 싶지만, 비싸게 굴라는 할머니의 유언과 연애게임에서 코라보다 선전해온 여자친구의 엄격한 조언은 그녀의 덜미를 잡는다. 짝을 만나지 못한 채 젊음을 흘려보내는 초조함의 정서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닮은꼴이고, 만화적인 판타지 기법을 동원해 주인공의 속내와 호들갑스런 상상을 표현하는 재치는 <앨리의 사랑 만들기>와 비슷하다.

◆ 토이 러브 Toy Love

감독 해리 싱클레어

출연 딘 오고만, 케이트 엘리엇

뉴질랜드

2002년/ 88분

어수룩한 매너에 수입도 변변치 못한 <토이 러브>의 주인공 벤은 플레이보이와는 거리가 먼 조건의 소유자지만, 동거하는 애인 에밀리를 습관처럼 속이고 다른 여자들과 즐길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귀여운 여인 클로는 사랑게임에서 그가 차지했던 포지션을 뒤바꿔놓는다. 해리 싱클레어 감독은 진실한 여자가 불성실한 남자를 교육하는 초보적인 각본을 택하지 않고, 세 남녀의 자연스러운 이기심과 연애가 야기하는 바보짓들을 관찰한다. 벤은 에밀리가 그동안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고백에 옳다하고 클로에게 달려가지만 그녀는 옛 애인 매트의 기억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 그래서 현관 매트조차 손바닥만한 것을 쓰는 클로는 임자없는 남자와는 데이트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의 책임을 회피한다. 이에 벤은 내팽개쳤던 에밀리에게 난데없이 청혼을 하는 등 철없는 행각을 벌인다. <토이 러브>는 너무 큰 열정과 너무 약한 통제력을 가진 벤과 클로의 소극을 통해, 연애에 관한 한 어딘가 어리석게 마련인 모든 남녀의 속성을 볼록 거울로 우스꽝스럽게 확대하는 코미디다. <뉴질랜드 이불 도난 사건>으로 지난해 부천영화제와 도쿄판타지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안은 해리 싱클레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 짖어대는 여자 Bark

감독 카시아 애더믹

출연 리 테거슨, 헤더 모건

미국/ 2001년/ 94분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아내가 말하지 않고 짖어대기만 한다면? 조용한 새벽녘, 피터의 집에서 끊임없이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자 성난 이웃들의 항의가 쏟아진다. 동물을 돌보는 게 직업인 아내가 잠깐 맡아둔 개라고 해명하는 피터. 하지만 “조용히 해!”라고 달래는 그의 눈길 끝에 있는 것은 애완견이 아닌 아내 루시다. 목욕과 흡연 등 인간적인 습관을 기억하면서도, 말은커녕 애완견과 옷가지를 물고 당기며 노는 루시를 보는 피터는 환장할 노릇. 가족들, 친구, 수의사, 정신과 의사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짖어대는 여자>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현대의 삶에 대한 코믹한 우화. 루시의 일탈은 이기적인 인간사회에서의 소통에서 번번이 좌절당한 여린 내면의 반란과 같다. 보편적인 기준과 다른 루시는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루시를 계기로 모여드는 사람들 역시 그녀 못지않게 불완전하며 소통의 단절을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개로 생활하는 루시의 극단적인 선택을 배척하는 대신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영화는 타인에 대해, 나와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해 성숙한 이해를 담보하며 훈훈한 웃음을 제공한다. 아그네츠카 홀랜드 감독의 딸로 <토탈 이클립스> <엔젤 아이즈> 등 수편의 영화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카시아 애더믹의 장편 데뷔작.

◆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Kissing Jessica Stein

감독 찰스 허먼-움펠드출연 제니퍼 웨스트펠트, 헤더 유르겐슨

미국/ 2001년/ 96분

유능한 원고 편집자로 인정받는 제시카는 오랫동안 애인이 없었다는 것을 빼면 남부러울 것 없는 미모의 커리어 우먼. 다른 이의 글에서 빈 틈을 찾는 일의 습성처럼, 만나는 남자들마다 결점이 눈에 밟혀 사귀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다. 빠른 편집으로 스쳐가는 일련의 맥빠지는 소개팅 끝에, 제시카는 ‘애인 구함’ 광고에 릴케의 시를 인용한 헬렌을 발견한다. 성에 관계없이 자유분방한 연애를 거쳐온 헬렌은 지적이고 세련된 갤러리 매니저. 스스로 이성애자임을 의심한 적 없던 제시카는 헬렌에게 끌리면서 혼란스러워한다. 바에서 속깊은 수다를 나누고, 택시비를 서로 내겠다고 승강이하며, 섹스에 대한 망설임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두 사람의 연애담은 통상적인 연애의 에티켓과 사뭇 다른 풍경. 제시카가 남들에게 들킬까 안절부절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은, 동성애든 이성애든 쉽게 만날 수 없는 인연의 아름다움을 아기자기하게 드러낸다.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만큼 사랑스러운 로맨틱코미디로, 성적 정체성의 구분 이전에 인간관계에 대한 입체적인 탐색을 시도하는 독립영화다운 재기를 엿볼 수 있다. 주연을 맡은 두 여배우가 직접 쓴 각본은 연극무대에 먼저 올랐고,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를 만들어온 찰스-허먼 움펠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 릴리스 페어 Lilith On Top

감독 린 스톱케비치

출연 사라 맥라클란, 셰릴 크로

캐나다

2001년/ 100분

1997년부터 99년까지 열렸던 록페스티벌 ‘릴리스 페어’의 궤적을 돌아보는 이 다큐멘터리는, 여성들이 발산하는 록의 생기로 가득하다. 릴리스는 다산과 풍요의 여신, 혹은 아담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하며 아내의 자리를 버렸다는 태초의 여성. 가부장 사회에 위협적인 마녀 같은 존재 또는 능동적인 여성의 상징으로 해석돼온 그에게서 이름을 빌린 ‘릴리스 페어’는 사라 맥라클란, 셰릴 크로 등 여성 뮤지션들이 주도하는 투어다. <릴리스 페어>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99년 무대의 앞뒤를 들여다보며 축제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포크록 뮤지션 리즈 페어의 말처럼 “페미니즘과 록음악을 하는 여성들에게 아주 가치있는 한발”이기도 하지만, ‘릴리스 페어’는 꼭 페미니즘적인 선언이라기보다 여성 뮤지션들과 그들의 음악에 귀기울이는 이들의 자축연에 더 가깝다. 영화는 70년대부터 록의 여걸로 자리매김해온 프리텐더스의 크리시 하인드, 관객의 박수만을 반주삼아 Tom’s Diner를 부르는 수잔 베가, 박력 넘치는 래핑과 힙합 공세를 펼치는 퀸 라티파 등 남성 중심적인 록의 주류와 또 다른 흐름을 일궈온 여성 뮤지션들의 다채로운 목소리와, “여자가 많아서 좋다”는 남성들부터 레즈비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조화롭게 어울린 축제 현장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키스드> <딥 리버>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캐나다의 여성감독 린 스톱케비치가 메가폰을 잡았다.

◆ 스토커 One Hour Photo

감독 마크 로마넥

출연 로빈 윌리엄스, 코니 닐슨

미국/ 2001년/ 95분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에 사진을 찍죠.” 취조실에서 앉은 사내가 범행 동기를 묻는 경찰을 향해 말문을 연다. 머리가 벗겨지고 안경을 쓴 그는 ‘싸이’라 불리는 시모어 패리쉬. 쇼핑몰 내부 사진현상소에서 10년이 넘도록 일해왔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로운 중년의 남자다. 사진을 현상하며 타인의 행복을 엿보는 게 그의 유일한 낙. 그중에서도 결혼식부터 아들 제이크의 탄생, 생일파티 등 수년간 사진으로 지켜봐온 단골 요킨 가족을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여긴다. 남몰래 두장씩 현상한 그들의 사진으로 자신의 집 벽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수시로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집착하는 싸이. 필름을 유용한 것이 들통나 해고당하던 날, 그는 한 여자손님의 필름에서 제이크 아버지의 불륜을 눈치채고 직접 단죄에 나선다. <스토커>는 사진 속 타인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내의 욕망과 집착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 요킨 부인과 똑같은 책을 사 보고 사진 속의 가족 옆에 나란히 웃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싸이의 고독과 스토킹 행각은, 절망적인 소외감과 소통의 단절을 섬뜩하게 드러낸다. 코미디 연기의 달인 로빈 윌리엄스가 집요한 스토커로 호연을 펼쳤고, 마이클 잭슨의 등 뮤직비디오로 인정받은 마크 로마넥이 각본 및 감독을 맡았다. 온기라곤 없는 쇼핑몰 내부와 싸이의 방 등 시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데뷔작.임범·남동철·김혜리·박은영·황혜림·최수임·김현정 유운성/ 영화평론가

■ 제 한 구 역

팔다리가 잘려도 머리가 터져도, 싸워라!

올해 제한구역 상영작은 단 3편이지만 충격의 강도는 줄지 않았다. 고어영화나 액션영화에

열광하는 관객이라면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버수스>(Versus)를 놓치지 말 것. “<이블 데드>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하이랜더> <모탈 컴뱃> <첩혈쌍웅>을 뒤섞어놓은 듯한 영화”라는 평을 받은 <버수스>는 동서양의 액션 스타일이 총동원된

작품이다. 탈주범, 야쿠자, 여인을 납치한 건달 등이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숲에서 마주친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숲의 정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팔다리가 잘리고 총에 맞아 머리가 터져도 되살아나 싸운다.

예측이 소용없는 스토리 전개, 잔인한 영상,

자유분방한 액션 스타일 등으로 상영 때마다 극단적인 찬반양론을 불러온 영화. 미국의 평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한마디는

“미국에선 절대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2개 프로그램으로 나눠 상영되는 <골목길의 아이>(A Kid on

the Alley)를 보는 것은 꽤 당혹스런 경험이 될 것이다. 각기 다른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년소녀를 쫓아다니는

9편의 단편으로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은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태연히 옷을 벗는다. 95년 작곡가이자 영화감독인 오비타니 유리가

시작한 프로젝트로 그의 작품 <교지마 3동2반 골목길의 아이>는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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