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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예산집행에 프랑스 시네마테크 기우뚱
2002-07-09

1936년 조르주 프랑쥐 (Georges Franju)와 앙리 랑글르와 (Henri Langlois)에 의해 설립된 프랑스 시네마테크는 대부분의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는 사기관이다. 프랑스 시네마테크가 현재 소장하고 있는 영화는 장, 단편을 아울러 3만5000 편에 이르며(매년 새로 기탁되는 영화가 1500편 정도), 해마다 복원하는 영화도 200편 가량 된다. 또 서로 떨어져 있는 2개관에서 매년 1300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에 관한 국가 유산을 보존, 관리하는 프랑스 시네마테크가 최근 재정난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연간 7억 유로(약 7천7백억원)에 가까운 예산에도 불구하고(이 가운데 4억5천만 유로는 프랑스의 '영화 진흥 위원회'격인 시엔시가 지원하는 공적 자금이다), 지난해 약 40만 유로의 적자를 낸 프랑스 시네마테크는 금년 5월까지 직원들의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를 빚어낸 배경으로 흔히들 잠재적인 '시네필(영화 애호가)'의 급감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실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지난 해 프랑스 시네마테크 관객 집계는 11만1천명으로 2000년에 비해 오히려 2만명 정도 늘었다. 그럼에도 당초 예상보다 세 배 가량 많은 적자를 낸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시엔시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악화된 재정 상태를 복구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혹시라도 인원 감축 같은 대책이 마련돼 불똥이 자기들에게 튈까 염려한 직원들은, 지난 달 4일 열린 직원 총회에서, 현 지도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이사회(24명으로 구성되는데, 21명은 영화 산업 관련자들이고 3명은 시엔시 위원장 등 공무원이다)에 낱낱이 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프랑스 시네마테크 기능 부전의 궁극적인 책임은 원장인 장-샤를르 타첼라(Jean-Charles Tacchella)와 부위원장인 피터 스칼렛(Peter Scarlet)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피터 스칼렛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과 불만은 드높은데, 그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미국인인 피터 스칼렛은 프랑스 시네마테크에 들어오기 전까지 18년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를 이끌었다. 시네필로 자자하던 그의 명성은 프랑스 시네마테크의 외부 인사 영입 결정에 주요한 동기를 제공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는 지난 1년 6개월간 시네마테크에서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각종 파티와 여행, 식사 초대 같은 '폼나는' 일에 엄청난 공공 자금을 낭비했다. 측근들을 무리하게 기용하는 등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또 문화에 대한 글로벌한 비전의 부재와 정책의 비일관성으로 프랑스 시네마테크에 대한 대외 이미지를 해치고, 직원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5일 열린 연례 총회에서는 그의 해임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달 29일 <르 몽드>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이사회에서 그의 해임 절차를 논의중이라고 한다. 프랑스 시네마테크의 이러한 예를 통해 우리는 국가의 지원이 아무리 탄탄하고 제도가 잘 구비돼 있다 해도 각 부서를 총괄할 책임자에 대한 인사가 잘못되면 민간 문화 기구는 쉽사리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박지회/파리3대학 영화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