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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Too Happy to Die>,<휴가>
2002-07-18

독립·단편영화

예술과 기술의 경계는 모호하다. 기술이 승하면 예술이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없이 예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이 예술을 하고 싶을 때 내세우는 논리가 바로 아마추어리즘이다. 기술력이 승승장구해서 예술이 되고, 대중 앞에 나서는 예술이 되는 순간 타협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본질을 추구하면서 아마추어 정신을 유지하겠다는 아마추어리즘, 이것은 독립영화의 근저에 깔린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독립영화관(KBS2TV, 7월19일, 밤 12시50분)에서 방영할 <Too Happy to Die>(감독 최진영/16mm/컬러/14분/2002년)는 바로 이런 아마추어리즘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5점을 받아오자 엄마는 “차라리 빵점을 받아라”고 말한다. 이후 주인공은 빵점을 받아온다. 농구공이 발밑에 굴러오자 엉뚱한 곳으로 던져버리고, 술자리에서 친구들의 사소한 농담에 병을 깨고 덤빈다.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면서 그가 씹던 껌을 씹고 싶다고도 말한다. 그 주인공은 이십대 초반의 여자다. 그녀는 너무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역설법으로 점철되어 있다. 지겨운 삶과 귀찮은 관계들, 의무와 권리 사이에 놓인 모호한 삶의 과제들, 그것을 감독은 뒤집어놓는다. 그런데 이 역설법이 그리는 장면장면은 지나치게 아마추어적이고 상투적이다. 아마추어 정신과 아마추어적 상투성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다. 물론 판단은 눈밝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휴가>(감독 장진욱/16mm/컬러/15분/2002년)는 한국 가정의 부자관계, 특히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경상도 어느 집안의 부자관계를 다룬다. 앞의 영화가 기상천외한 앵글과 편집으로 이루어진 반면 <휴가>는 미진하지만 대체로 기술을 준수한다. 기술이 필요한 영화들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