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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소넨필드 스토리(1)
2002-07-26

무표정한 얼굴로 식칼을 휘둘러라,웃음이 터진다!

소심한 뉴요커는 어떻게 최고의 코미디 프랜차이즈 <맨 인 블랙> 감독이 되었는가

애정이 넘치는 눈길로 남편이 묻는다. “여보, 불행하오?” 만족스런 미소를 흘리며 아내가 대답한다.

“오, 물론이죠.” 물구나무 선 세상의 즐거움! 금실 좋은 아담스 부부 고메즈와 모티샤의 대화는 배리 소넨필드의 첫 감독작품 <아담스 패밀리>가

발휘한 매력의 열쇠다. 이따금 “과연, 사람일까?” 싶은 괴짜 이웃이 실은 외계인이라는 <맨 인 블랙>의 폭로는 또 어떤가.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세계에서는 검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악당이 아니다. 뒤집어진 세상의 질서를 관객에게 매끄럽게 설득하는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천연덕스러움

뒤에는 데이트 한번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던 소심한 소년의 믿기 힘든 할리우드 성공기가 있다.

편집자

제 1 장 - 어린 시절 기억, 지워다오 제발

농담꾼의 운명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배리 소넨필드는 1953년 만우절에 뉴욕 유대계 가정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본인 회상에 따르면 소년 배리의 모습은 <애니 홀>의 어린 우디 앨런과 상당히 흡사했던 것 같다. 부모의 과보호에 감싸인 깡마르고 낯가림 심한 사내아이였던 배리 소넨필드는 실제로 “우디 앨런의 새 영화 같이 보지 않을래?”라는 특이한 제안으로 여학생들을 데이트에 청하곤 했지만 결과는 거의 언제나 비극적이었다.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선물로 준 과자는 고맙게 먹겠지만 그래도 난 아직 네가 약간 얼간이라고 생각하거든” 따위의 대답에 얼굴을 붉히며 소넨필드는 자기가 데이트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상대 여학생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를 꿈꾸곤 했다. 배리 소넨필드의 또 다른 치명적 원체험의 무대는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지미 헨드릭스의 콘서트. 1만6천명의 청중이 운집한 공연이 무르익을 무렵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청중 가운데 배리 소넨필드군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소넨필드는 마흔아홉살이 된 오늘날도 콘서트 공포증에서 완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간만사 새옹지마. 좌절스런 기억들이 남긴 상처는 먼 훗날 소넨필드가 <맨 인 블랙>의 시나리오에서 ‘기억제거기’(neuralizer)라는 편리한 장비를 접하자마자 덥석 연출을 수락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제 2 장 -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극장에서 배웠다

뉴욕의 틴에이저 배리 소넨필드가 저지른 비행은 수업을 빼먹고 89번가와 브로드웨이의 낡은 영화관 객석에 파묻히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소넨필드가 추구하는 코미디의 전범으로 예찬한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처음 조우한 것도 이 무렵의 사건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소넨필드에게 두개의 선물을 남겼다. 우선 “극중 인물 누구도 스스로 코미디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코미디가 뛰어난 코미디”라는 믿음이 하나. 그리고 <아담스 패밀리>와 <맨 인 블랙> 1, 2편을 시작하는 거미줄 같은 필체의 크레딧이 나머지 하나다. 들쭉날쭉 오자가 섞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수제’ 크레딧에 매료된 소넨필드는 감독이 되자 글씨의 임자인 파블로 페로를 기어이 찾아내 초빙했다.

제 3 장 - SF영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무서워

사춘기를 영화와 더불어 보낸 소넨필드였지만, 극도로 예민한 그의 신경은 도발적인 이미지로 가득 찬 SF 장르에는 알레르기를 일으켰다. 단두대를 장난감 취급하는 <아담스 패밀리> 식구들이나 <겟쇼티>에 나오는 폭력배들의 주먹질, <맨 인 블랙> 시리즈의 기기묘묘한 외계인들을 봐온 관객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SF영화에 겁먹는 소년이 호러영화인들 맘 편히 보았을 리 없다. 실제로 오늘날까지도 소넨필드는 <엑소시스트>나 <샤이닝>을 본 적이 없으며 최근에는 친분이 있는 로렌스 캐스단 감독이 스티븐 킹의 소설 <드림캐처>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캐스단에게 시사회나 촬영현장에 초대할 생각 아예 말라는 통고를 했다고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SF영화에 대한 나의 무식함이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성공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는 소넨필드의 말대로 <맨 인 블랙> 시리즈가 상상하는 외계인상은,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연료가 새면 거미가 괴물 왕거미로 변하는 옛날 SF영화의 전통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맨 인 블랙>의 외계인들은 오히려 거리에서 마주치는 별난 사람, 이방인에 가깝다. 그건 수많은 민족과 온갖 취향의 소유자가 뒤섞여 웬만큼 이상한 현상에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뉴욕에서 살아온 소넨필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넨필드는 어디까지나 세련된 코스모폴리탄이 아니라 ‘다름’에 집착하는 관찰자다. 소심한 유대계 남자로 살아온 소넨필드에게 ‘다름’은 평생의 생각거리며 그러한 집착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논란을 빚은 인종 차별적 조크와 같은 부작용을 빚기도 했다.

배리

소넨필드 필모그래피

촬영

<미저리>(1990)

<밀러스 크로싱>(1990)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빅>(1988)

<열차에서 엄마를 던져라>(1987)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

<컴프로마이징 포지션즈>(1985)

<분노의 저격자>(1984)

<인 아워 워터>(1982)

감독

<맨 인 블랙2>(2002)

<빅 트러블>(2002)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

<맨 인 블랙>(1997)

<겟 쇼티>(1995)

<아담스 패밀리2>(1993)

<사랑게임>(1993)

<아담스 패밀리>(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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