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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토크 제 3장 블루무비 특별상영 및 세미나: 검열과 극장
2002-07-27

“누가 누구의 권리를 제한하는가”

“누가 누구의 권리를 제한하는가”

제 3장 블루무비 특별상영 및 세미나: 검열과 극장

“만 18살 이하의 관객은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을 제시해 본인 확인을 받으셔야 합니다.” 여기는 관객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는 성인 구역. 부천영화제 행사장 중에서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 소향관이 ‘블루무비 특별상영 및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든 성인 관객으로 가득 찼다. 대관절 블루무비가 뭐기에. 블루무비란 192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불법 제작 유통된 포르노를 가리킨다. 이 영화들이 희귀한 언더그라운드영화를 수집하고 상영하는 큐레이터 요하네스 쇤헤르의 손을 거쳐 부천에 상륙해, ‘검열과 등급 vs 창작과 관람의 자유’ 세미나의 일환으로 상영될 참이었다. 블루무비는 대개 피아노 연주 등의 생음악을 배경으로 상영되지만, 이날은 “무성영화의 컨텍스트를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DJ달파란이 샘플링한 테크노 음악과 함께 상영됐다. 제일 먼저 상영된 <숨겨진 보물>은 선으로만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남성 성기를 독립된 캐릭터로 묘사하는 등의 기발함으로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야성과 관음증을 다룬 <태워줄까요>, 성관계를 마술에 비유한 <마법사 호쿰>, 산아제한 캠페인을 조롱한 <고블러>, X등급 만화 캐릭터를 실사화한 <떠돌이 피트의 모험> 등 성에 대한 다양한 탐구와 표현이 담긴 영화들이 연달아 상영됐다. <사과 유방과 콜라>는 여배우의 퍼포먼스로만 이뤄진 작품인데, 마릴린 먼로의 출연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을 만큼 마릴린 먼로와 흡사한 배우가 등장한다. 당시 이들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크레딧이 아예 없거나 ‘Will B. Hard’처럼 장난스런 가명으로 채워진 것도 흥미로웠다. 작품 상영에 이어 열린 세미나는 요하네스 쇤헤르로부터 블루무비의 역사를 청해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블루무비는 영화가 탄생한 19세기부터 존재해왔다. 영화산업이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블루무비가 제작되고 유포돼왔다”면서, “미국에서도 블루무비 상영이 허용된 것은 1970년대로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블루무비를 보는 사람들은 성적 흥분을 느끼기보다는 코미디를 보는 기분으로 즐긴다. 섹스는 나쁘고 위험하다고 가르치는 우리 부모세대들도 젊어서 저랬구나 하면서 재밌어 한다.” 요하네스 쇤헤르는 이어 서구의 등급과 검열에 대해, 또 다른 발제자로 참석한 여성영화제 주유신 프로그래머는 포르노와 여성, 그리고 한국의 등급과 검열에 관해 이야기했다. 요하네스 쇤헤르 미국은 1966년부터 MPAA가 등급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는 자체적으로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다수의 독립영화가 비용문제 때문에 등급받기를 포기해 성인영화로 남았다.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제한은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대개 관객과 주민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허용된다. 네덜란드나 덴마크에선 성에 대해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만 16살 이상은 뭐든지 볼 수 있다. 독일은 자치기관이 나이별로 등급을 정하지만, 성보다는 폭력을 제한한다. 일본에서는 음모나 성기노출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돼 상영하는 것은 허용한다. 한국은 어떤가. 주유신 한국은 유교주의, 엄숙주의로 인해 성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과 혐오감을 품게 된 배경이 있다. 독재의 경험으로 인해 개인의 자율성이 억압되고 성도 억압돼왔다. 포르노에 접촉되고 노출되면 범죄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형성돼 있다. 현재 한국영화의 등급을 가르는 기준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 최근 제한상영가가 신설됐고, 시행령이 발효됐지만, 제도와 공간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시행령 자체가 많은 규제를 담고 있는데, 홍보도 금지돼 있고, 비디오나 DVD 등 다른 매체로의 전환도 금지돼 있다. 영화상영 이후 한 시간 남짓, 예술과 외설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누가 누구의 권리를 제한하는가, 포르노는 여성에게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가, 여성의 성욕을 인정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배우들의 인권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등급이 사회의 성문화를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등의 문제제기가 객석으로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문화를 향유할 자유와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과거의 영화’이자 ‘음지의 영화’인 블루무비 상영을 계기로 촉발됐다는 건 재미난 아이러니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사진 이혜정▶ 굿바이 부천, 어게인 2002

▶ 메가토크 제 1장 : 미이케 다카시 vs 김지운

▶ 메가토크 제 2장 : 할리우드, 한국영화를 주목하다:한국영화의 리메이크

▶ 메가토크 제 3장 블루무비 특별상영 및 세미나: 검열과 극장

▶ ‘국제문화건달’ 스콧 버거슨의 9박10일 부천방랑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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