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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치 시노부 인터뷰(1)
2002-08-09

˝가만히 앉아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상상한다˝

서른다섯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에 마른 몸. 야구치 시노부는 개구장이보다는 심약한 소년에 더 가까운 첫인상을 남겼다. 낯가림 심한 소년처럼 처음 몇몇 질문에는 단답형의 대답만이 돌아왔고 잠시, 시종일관 사람을 웃게 만들었던 그 영화의 감독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그의 영화가 그렇듯, 그는 세상만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이의 향내를 슬슬 풍기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재밌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으며 자신의 전공이 결코 슬랩스틱코미디가 아님을 얼굴로 증명해 보이더니 급기야 질문 중에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튀어나오자 카페 저쪽에 앉아 있는 프로듀서 요시노 사사키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사사키씨! 우리 영화 관객이 얼마나 들었죠? 안 들린다구요? 관! 객! 이! 얼마나! 들었냐구요!” 나른하게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소공동의 한 호텔 카페, 그 오후의 정적은 그렇게 깨졌다.

한국은 자주 오는 편인가.

부산영화제, 전주영화제 때 방문한 적이 있다. 사실 10년 전쯤 가라오케 비디오 찍으러 몇번 왔었다. (웃음)

<워터보이즈>는 전작인 <비밀의 화원>이나 <아드레날린드라이브>에 비해 훨씬 대중적인 느낌이 든다. 전작들은 10명이 보면 5명이 재밌어할 영화이고, <워터보이즈>는 10명이 보면 10명이 다 재미있어할 영화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비밀…> <아드레날린…>에 비하면 전국 규모의 영화다. 90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으니까 일본에서는 꽤나 흥행한 편이다. 물론 규모를 미리 의식하면서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수중발레를 하는 남자고등학생에 대한 영화로 만들자’는 의뢰가 들어왔을 때 그 소재 자체가 이미 대중적인 기운을 충분히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재에 따라서 스케일이나 품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해체위기의 수영부를 다시 일으킨다는 설정이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 더 발랄한 스타일로 만든 <으랏차차 스모부>랄까?

아마도 <쉘위댄스>와 <으랏차차 스모부>를 제작한 영화사에서 만든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제작사인 알타미라픽처스로부터 ‘이렇게 만들어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나 역시 수오 마사유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은 바 없다.

돌고래 조련사로 등장한 다케나타 나오토의 연기가 인상깊다.

다케나타 나오토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염두에 두고 썼다. 예전에 TV드라마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대단히 열정적인 배우다. 조금 오버하는 것 같다고? 그것도 내가 50%는 자제시킨 거다. (웃음)

촬영은 어디서 했나.

시즈오카현이라는 곳이다. 지방인데다가 다 큰 남자애들이 팬티바람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처음엔 동네사람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풍기문란을 일으키지 않았나 심히 죄송하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200명 정도를 오디션해서 28명의 수중발레단원을 선발해서 1개월 동안 합숙시켰다. 수영은 다들 잘했지만 모두들 수중발레가 처음이라 고생을 많이 했다. 다치는 예들도 많아서 매일 병원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제작비의 대부분은 병원비에 쓴 것 같다. 그 동네 병원, 돈 많이 벌었다.

‘마마상’이라고 불리는 게이바의 주인이나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게이성향의 사오토메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좋을까.

특별히 게이들에 대한 사회의식이 있어서라든지 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런 거 전혀 없다. 그냥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그냥 있는 그대로 찍었을 뿐이다.

<워터보이즈>를 보고 있으면 감독이 스포츠영화라기보다는 청춘영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물론 수중발레라는 스포츠가 나오긴 하지만 스포츠영화라기보다는 하이틴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스포츠영화라면 왠지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지 않나. 결국 마지막에는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주인공들이 노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든지…. 하지만 <워터보이즈>에는 승패에 대한 승부욕은 배제되어 있다. 그저 이 아이들의 목적은 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거다. 그것이 다다.

다른 영화에서 나왔던 장면들이 얼핏얼핏 보인다. 참조했던 작품이 있었는지.

정말 산만큼 많다. 스포츠에 관련된 영화란 영화는 다 보았을 정도다. 제목을 이야기하라고? 100편도 넘는다.

기존의 영화를 인용하는 부분에 재미를 느끼나.

재미라기보다는 원판의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영화 외에 어떤 작업들을 했나.

무대 각본을 쓴 적이 있고, CF제작, TV드라마를 제작한 적도 있고 만화원작을 쓴 적도 있다.

원작을 쓴 만화 <플리즈, 플리즈 미>를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준비중이다. 사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만화가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만화에서는 만화가의 상상으로 채워넣도록 부탁했다. 아마도 만화를 봤던 사람은 색다른 엔딩을 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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