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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작은 영화`야, 뜨거운 맛을 보여다오!
2002-08-12

“내가 똘아이 짓을 한 건가?” 요즘 씨네월드 이준익 대표는 하루에도 몇번씩 헷갈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점령한 극장가. 독특하고 유쾌한 뮤지컬영화 <헤드윅>으로 도전장을 냈다가, 그만 ‘체중미달’ 판정으로 기운 한번 못 써보고 밀려난 상태이기 때문. 지난 8월9일, <헤드윅>을 반긴 극장은 서울에서 2곳. 합해봤자, 고작 300석이다.

애초 씨네월드는 전국 20여개 스크린은 충분할 것이라고 봤다. 배급 시사회 반응도 좋았고, 이전에 <어둠 속의 댄서> <메멘토> 등을 배급하면서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켰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극장의 여름 성수기가 끝나가는 8월 중순이라지만, 여전히 할리우드 직배사의 영화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기에 개봉 일정을 잡은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리수’를 둔 셈이 됐다.

초라한 출발이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헤드윅>을 상영하는 스타식스 정동의 경우 이 작고, 희귀한 영화를 보기 위해 오후부터 관객이 줄을 잇고 있는 것. 160석 규모로 좌석 수는 적지만, 3회부터 5회까지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스타식스 정동 관계자에 따르면, 8월9일 하룻동안 관객은 900여명. 인사동의 미로스페이스 역시 반응이 뜨겁긴 마찬가지다.

메가박스가 8월12일 상영을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3∼4개 극장들의 경우 개봉 뒤 이틀 동안의 성적을 바탕으로 상영 여부를 판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씨네월드는 마련되는 전초기지를 바탕으로 릴레이 상영을 펼칠 예정. <헤드윅>의 분투와 선전이 ‘작은 영화’ 살리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