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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제 열려
2002-08-13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들은 처음 볼 때만큼이나 여전히 매혹적이고 신선하다. 스토리텔러로서 그가 보여준 위대한 솜씨, 이 이야기들의 도덕, 비주얼에 대한 그의 비할 데 없는 감식안, 그리고 완전히 혁신적인 액션 시퀀스들로 인해 그는 거장이 되었다. 확실히 나는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클린트 이스트우드)정밀한 심리묘사, 훌륭하게 짜여진 내러티브, 시각적인 화려함, 그리고 휴머니즘의 정신을 절묘하게 융합한 걸작들을 만들어낸 구로사와 아키라(1910∼98)는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너른 영향력을 끼친 영화감독들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한 인물이다. 1936년에 도호영화사의 전신인 P.C.L(Photo Chemucal Laboratories)에 입사한 구로사와는 야마모토 가지로의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연출 수업을 쌓았다.구로사와는 1943년 <스가타 산시로>(姿三四郞, 82분, 흑백)를 만들며 감독 데뷔를 했다. 영화는 스가타 산시로라는 청년이 스승의 지도 아래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훌륭한 유도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미완성의 초심자가 완성을 향한 지난한 배움의 길을 걷는다는 이 영화의 모티브는 이후의 구로사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구로사와가 이미 급속한 리듬의 편집이라든가 극적인 앵글과 조명 효과 같은 시각적 테크닉에 이미 꽤 정통해 있음을 보여준다.구로사와가 스스로 첫 번째 ‘구로사와의 영화’라고 부르는 작품은 1948년이 되어서야 나온다. 폐결핵에 걸린 무모하고 교만한 한 젊은 야쿠자와 그를 구해주려고 하는 주정뱅이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주정뱅이 천사>(醉いどれ天使, 98분, 흑백)가 그것이다. 두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도덕적 갈등의 이야기를 담은 이 리얼리즘적인 범죄영화는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구로사와를 전후 일본의 중요한 영화감독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해주었다. 한편으로 <주정뱅이 천사>는 구로사와와 그의 페르소나 미후네 도시로가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다는 점에서도 구로사와의 필모그래피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는 영화다.

이듬해에 나온 <들개>(野良犬, 1949년, 122분, 흑백)는 구로사와의 현대극 스릴러 가운데 단연 걸작으로 손꼽힐 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어느 몹시 더운 날 만원버스 안에서 그만 권총을 소매치기당하고 만 신참 형사 무라카미가 잃어버린 자신의 권총을 찾으려고 하는 필사적인 노력을 담았다. 무라카미의 발걸음을 따라가면서 영화는 패전 뒤 혼돈의 상태에 빠진 일본의 단면들을 스케치한다. 그런 한편 구로사와는 이 흥미진진한 스릴러영화 속에 ‘이 혼란한 세계에서 선악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무리없이 묻어놓았다. 그런 면에서 <들개>는, 구로사와는 상황을 넘어 질문으로 나아가는 형이상학자, 라는 질 들뢰즈의 언급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1950년대 벽두에 나온 <라쇼몽>(羅生門, 1950년, 88분, 흑백)은 <이키루>(生きる, 1952년, 143분, 흑백), (七人の侍, 1954년, 207분, 흑백)와 함께 세계영화사의 걸작 목록에 꼭 오르는, 구로사와의 대표작들 가운데 하나다. 아쿠가다와 류노스케의 두편의 단편소설(<숲 속에서>와 <라쇼몽>)을 각색해 만든 <라쇼몽>은 숲 속에서 일어난 강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 동일 사건이 관여자의 관점에 따라 각각 다른 식으로 윤색되어 이야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신적이었던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구로사와는, 무언가 꾸미지 않고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화려한 카메라워크로도 절찬을 받은 <라쇼몽>은 195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함으로써 구로사와 자신뿐 아니라 일본영화도 서구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대극인 <이키루>는 암에 걸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시청 공무원 와타나베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해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느끼는 절망감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의 숭고함을 빼어나게 묘사한 이 영화는 구로사와가 만든 영화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키루>는 내러티브를 정교하게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엘 버치 같은 영화학자는 여기서 알랭 로브그리예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정밀한 형식화를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는 구로사와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이자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주지하다시피 영화는 산적들로부터 빈번히 약탈당하던 농부들이 산적들에게 맞설 사무라이들을 고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곱 사무라이에 대한 치밀한 성격 묘사, 긴장과 이완의 패턴을 적절히 배치하는 내러티브 구조, 압도적인 스펙터클 등에서 모두 탁월한 성취를 거두었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다.<백치>(白痴, 1951년, 166분, 흑백)는 구로사와가 최고작들을 내놓던 시기에 만들어졌으나 그 영화들에 비하면 그리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백치>는 구로사와가 좋아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다(도스토예프스키적인 인물들은 구로사와의 영화들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배경만 페테스부르크에서 홋카이도로 옮겨놓고 전체적으로는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한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오즈의 영화들에 자주 출연했던 여배우 하라 세쓰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구로사와는 60년대 중반까지 상업적·비평적으로 성공을 거둔 영화들을 계속 발표하면서 자신의 명성을 굳혀나갔다. 57년작 <거미집의 성>(蜘蛛巢城, 110분, 흑백)은 구로사와가 50년대에 내놓은 또 한편의 걸작이다. 마녀로부터 영주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 와시쓰가 그 예언에 따라 계략을 써서 영주의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은 파멸하고 만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각색한 <거미집의 성>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최고의 영화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본의 전통 연극인 노(能)의 전통을 끌어들여 영화적 테크닉의 양식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후 구로사와는 좀더 대중적이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적 완성도면에서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 시대극을 몇편 만들어냈다.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隱し砦の三惡人, 1958년, 139분, 흑백)은 16세기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가신들과 함께 황금을 가지고 국경을 넘으려 하는 공주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활력 넘치는 엔터테인먼트를 관객에게 제공해주는 이 영화는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또 다른 시대극 <요짐보>(用心棒, 1961년, 110분, 흑백)는 두 집단의 대립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마을에 나타난 사무라이의 활약상을 그렸다.사무라이영화의 외피를 두른 이 하드보일드 웨스턴은 뒤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1964)로 ‘도용’되기도 했고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라스트 맨 스탠딩>(월터 힐 감독, 1996)이란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요짐보>가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자 구로사와는 같은 사무라이 주인공이 나오는 시대극을 하나 더 만들었는데 그것이 <쯔바키 산쥬로>(椿三十郞, 1962년, 96분, 흑백)이다. 주인공의 칼에 의해 상대방이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는 마지막의 인상적인 결투장면은 사무라이영화의 잔혹화 경향을 불러왔다.<천국과 지옥>(天國と地獄, 1963년, 143분, 흑백)은 구로사와가 현대극 스릴러에서도 대단한 연출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걸작이다. 유괴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각각 ‘천국편’과 ‘지옥편’이라 부름직한 두 부분으로 나뉜 구성을 보여준다. 전반부는 도덕적 갈등에 대한 폐쇄공간의 드라마인 데 반해 후반부는 유괴범을 체포하려는 경찰의 노력을 담은 경찰스릴러에 가깝고 상이한 두 부분 모두에서 구로사와는 출중한 테크닉을 구사해낸다. 어느 시골 진료소의 훌륭한 의사 밑에서 성장을 경험하는 젊은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붉은 수염>(赤ひげ, 1965년, 185분, 흑백)을 마지막으로 구로사와의 융성했던 한 시기는 종말을 고한다.이후 구로사와는 제작비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5년이 지나서야 영화 한편을 만들 수 있었다. 빈민가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 <도데스카덴>(どですかでん, 1970년, 140분, 컬러)은 구로사와가 처음으로 만든 컬러영화였다. 구로사와로서는 새로운 양식적 실험을 꾀한 영화였으나 흥행에서 실패했을 뿐 아니라 비평쪽에서도 대체로 악평에 가까운 소리를 들었다. 비록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구로사와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고, 소련의 영화제작 의뢰를 받아들여 <데루스 우잘라>(デルス·ウザ-ラ, 1975년, 컬러)를 만들어 호평을 받기까지 또 다시 5년 정도의 공백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카게무샤>(1980)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구로사와는 프랑스와 미국 자본으로 <>(亂, 1985년, 160분, 컬러)과 <꿈>(夢, 1990년, 120분, 컬러)을 만들었다. <>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스크린에 옮겨낸 화려한 시대극이고 <꿈>은 구로사와가 꾼 여덟개의 꿈을 엮어놓은 다분히 회화적인 느낌의 영화다. <>이나 <꿈>에서 보듯 확실히 구로사와의 후기작들은 앞 시대의 영화들에 비해 훨씬 탐미적인 세계를 제시하지만 끌림은 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어떤 것들이든 구로사와의 영화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속의 세계를 살아보라고 이끄는 것들이었다. 그가 자주 했던 말대로 (그의) 영화는 “세계의 광장”이었던 것이다.

1시

4시 20분

7시 30분

8월 17일

*

이키루

라쇼몽

8월 18일

들개

(3시30분)7인의 사무라이

주정뱅이 천사

8월 19일*

백치

천국과 지옥

8월 20일

*

거미의 성

8월 21일

*

쯔바키 산쥬로

8월 22일

*

붉은 수염

(3시20분)스가타 산시로

8월 23일

*

도데스카덴

데루스 우잘라

8월 24일

*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

요짐보

8월 25일

거미집의 성

(4시)데루스 우잘라

(7시)백치

8월 26일

*

스가타 산시로

이키루

8월 27일

*

라쇼몽

8월 28일

*

주정뱅이 천사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

8월 29일

*

들개

(7시10분)란

8월 30일

*

천국과 지옥

도데스카덴

8월 31일

*

요짐보

(6시50분)붉은 수염

9월 1일

7인의 사무라이

(5시20분)쯔바키 산쥬로

문의: 051-742-5377

홍성남/ 영화평론가 antihong@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