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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바람> <괜찮아 괜찮아>
2002-08-14

생활,말고 다른 것의 발견

독립영화 속에도 일상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나온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8월16일, 밤 12시50분)에서 방영하는 <바람>(박현진 연출/ 16mm/ 컬러/ 13분) 또한 일상과 그 쓸쓸한 후일담에 관한 영화다. 남자가 자꾸 약속을 변경하는 바람에 짜증이 난 여자가 친구 결혼식장에서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난다. 그는 출장 사진사다. 둘은 우연히 같이 빨래를 하던 중 라디오를 듣다가 야구장으로 간다. 그리고는 강릉행 기차를 탄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위악도 위선도 없다. 그냥 그랬다. <괜찮아, 괜찮아>(이정화 연출/ 16mm/ 컬러/ 18분)는 실연한 한 남자가 과거의 사랑을 더듬는 영화다. 같이 껴안았던 그 골목, 낡고 초라했지만 둘이 누워 있기에 딱 좋았던 빈방, 함께 나눈 대화들…. 그런데 다른 식으로 볼 수도 있다. 귀신이 된 그가 옛 애인을 찾아갔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와 골목에서 껴안고 있거나 빈방에 누워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식스 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버전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차를 타고 가면서 카메라쪽을 향해 썰렁한 농담을 한다. 이후에도 카메라는 조금씩 흔들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등장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화면 안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좀 괴이하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 우연과 일상을 발견했다면, 독립영화는 다른 것을 발견하려는 중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