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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와 메이저, 두 마리 토끼잡기
2001-04-02

해외리포트/ 톱

굿머신과 제휴한 미라맥스, 인디계 명성 되살리기 전략

뿌리로 돌아가자? 90년대 하반기 신흥 메이저로 부상한 미라맥스가 인디계의 맹주라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러 나섰다. 미라맥스는 최근 <와호장룡>의 제작사 굿머신과 ‘퍼스트-룩’(first-look) 계약을 맺으며 굿머신 작품들을 가장 먼저 보고 배급을 결정할 수 있는 우선권을 확보했다. 미라맥스와 마찬가지로 뉴욕에 기반한 굿머신은 토드 헤인즈의 <세이프>, 토드 솔론즈의 <해피니스> 등 작품성 있는 인디영화의 산실로 알려져 있으며, 리안의 전작을 공동제작해온 영화제작사다. 미라맥스는 굿머신의 작품들을 다른 영화사들보다 먼저 보고 선점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대신, 매년 작품 개발을 위한 100만달러의 펀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의 동업을 두고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작품성 있는 소규모 독립영화로 명성을 쌓아온 과거의 전략을 다시 강화하는 한편 ‘리안과의 사업’을 내다보는 미라맥스의 영리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으로 오스카의 총애를 받고, <스크림> 3부작, <무서운 영화> 등 자회사 디멘션필름이 만든 장르영화의 성공으로 지난 3∼4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미라맥스는 성공의 대가로 인디영화계에 뿌리내렸던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평판을 들어왔다. 그래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침실에서> 등 굿머신의 작품들을 포섭해 <펄프 픽션> <데드맨> 등 작지만 내실있는 영화, 예술영화의 산실 노릇을 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굿머신이 <와호장룡>으로 한창 주가가 오른 리안과 가깝다는 것도 동업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굿머신과의 계약이 곧 리안의 포섭을 의미하진 않지만, 리안의 데뷔작부터 전작을 제작하고 공동집필해온 굿머신의 프로듀서 겸 작가 제임스 샤무스의 영향력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회사 규모와 함께 운영 및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점점 늘어나면서 인터미디어, 뉴라인 등 동업 파트너를 물색해온 굿머신에는 미라맥스의 자금력이 매력으로 작용한 듯하다. 또한 그동안 해외세일즈로 효자노릇을 해온 굿머신 인터내셔널이 인터미디어, 서미트 등 해외세일즈의 주도권을 장악해가는 연합배급사들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한몫했다. 북미 지역은 물론 해외세일즈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미라맥스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굿머신 인터내셔널과 미라맥스가 해외세일즈를 함께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버라이어티>는 전망했다.

그 밖에도 미라맥스는 뮤직비디오, 영화, TV에 걸쳐 독립적인 비전을 가진 젊고 새로운 감독들의 작품 제작 및 배급을 지원하는 ‘슈팅 갤러리 필름’의 ‘슈팅 갤러리 필름 시리즈’와 유사한 영화 시리즈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자세한 작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드 필름 시리즈’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영화 10편의 제작을 공동지원하고, 미국 시장에 배급할 예정이다. 이 역시 인디 지향적이라는 명성이 쇠퇴해가는 것을 만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9천만달러 예산을 들인 마틴 스코시즈의 <뉴욕의 갱>을 올해의 야심작으로 준비중이고, 주로 성인 편향이었던 지금까지와 달리 아동영화 제작을 추진중인 미라맥스. 인디 왕국으로서의 명성을 회복하고, 관객의 폭을 넓히면서 메이저로서의 위치를 다지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올 한해도 바쁠 듯하다.

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