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파리 리포트]포르노와 여름 나기
2002-08-19

프랑스에서 도시들이 비는 긴 여름 바캉스 기간은 영화로는 비수기에 해당된다. <맨 인 블랙2>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빼고 개봉되는 영화들은 수준 이하작들이 대부분이다. 일간지와 잡지의 영화란에서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이어서 개봉작에 할애되는 지면들도 점점 줄어들어 영화당 심하게는 한두줄로 처리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시기가 7, 8월이다. 칸영화제 초대작 중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나 평론가들에게는 최고작 중 하나로 꼽혔던 키아로스타미의 <텐>과 같은 화제작들은 9월 중순부터 개봉이 예정돼 있다. 그렇지만 시네필들이 선택할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 여름에도 영화보기의 기본적인 즐거움을 상기시켜주는 2가지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하나는 7월 말 개봉한, 올 칸영화제 ‘15인의 감독전’에 초대됐던 <방탕아들과 재주 넘기>이고 다른 하나는 포럼 데 이미주 주최로 파리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모아 영화의 주배경이 됐던 장소에서 저녁시간 무료로 야외상영을 하는 페스티벌이다. <방탕아들과 재주 넘기>는 1905년부터 1930년 사이에 제작된 단편 무성 포르노 모음으로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300여편의 단편 포르노 중에서 현재 문화예술 채널 아르테 영화 책임자인 미셸 레일락이 12편을 선별해 묶은 것이다. 원래 사창가에서 손님들의 기다리는 시간을 때워주고 감각을 살려주기 위해 상영됐던 이 포르노들은 실제 사창가에서 아마추어들이 촬영하거나, 아니면 일반영화 촬영 중 전문 스탭들이 짬을 내 촬영장 한곳을 사용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럴섹스, 자위, 혼교, 수간까지 클로즈업이 자주 동원되며 다양한 쾌락의 모습들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소개된다.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시기의 기록이지만 관객에겐 세상의 근원으로서의 섹스와 영화의 근원으로서의 관음증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준다.어두운 극장 안에서 혼자 훔쳐보는 재미를 만끽한 관객은 저녁시간이면 가족들, 친구들과 몰려가 야외에서 포럼 데 이미주가 준비한 파리의 낯익은 장소들을 접할 수 있는 클래식영화들을 대형 스크린에서 보며 또 다른 영화보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영화의 비수기에도 파리는 여전히 영화의 중심지로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