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배우 출신 감독들, 액션하기보다 액션을 외치고 싶다
2002-08-19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뒤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무성영화 시대부터 있었다. 워런 비티, 폴 뉴먼, 존 웨인과 같은 중견 스타들이 감독의 야심을 키웠고, 1980년대 이후로는 로버트 레드퍼드, 케빈 코스트너, 클린트 이스트우드, 멜 깁슨 같은 스크린의 아이콘들이 감독으로 이직해 오스카 감독상 트로피까지- 아카데미 회원 중 배우가 많아서라는 해석도 있지만- 차지했다.최근에도 제니퍼 제이슨 리, 빌 팩스톤, 에단 호크, 샐마 헤이엑, 존 말코비치, 조지 클루니, 돈 치들, 덴젤 워싱턴 등이 속속 메가폰을 잡았다. 8월11일치 <LA타임스>는 배우의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고 감독이 되려고 하는 배우들의 동기와 감독으로서 그들이 보유한 경쟁력과 약점을 살피는 기사를 실었다.우선, 감독 데뷔는 자기 목소리로 발언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도달하는 필연적인 단계다. 표현욕구가 강한 배우들은 영화제작 현장의 인사이더로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지켜보며 자기가 연출해도 그만큼 잘 만들 수 있다는 은근한 자신감을 갖기 쉽다.최근 15년간 스타들이 영화사상 어느 때보다 산업의 실세로 떠오르면서 배우가 제작 비즈니스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전속 시스템 시절의 스튜디오는 스타들의 연출 욕심을 반기지 않았으나 오늘날의 스튜디오들은 대형 스타와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출 기회를 제안하기도 한다. 특급 스타에게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배우들에게는 돈으로 못 사는 섭외력이 있다. 주류 스타가 아닌 제니퍼 제이슨 리와 앨런 커밍은, 친분을 통해 기네스 팰트로, 케빈 클라인 같은 배우를 동원할 수 있었던 덕택에 300만달러의 제작비를 모아 <기념일 파티>를 만들었다.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진 상업성이 희박한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해 스타들이 팔을 걷어붙이기도 한다. 조지 클루니는 척 배리스의 전기영화 <위험한 마음의 고백>이 세번이나 제작 문턱에서 좌절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싼값에 출연, 연출하는 것은 물론 줄리아 로버츠를 끌어들이고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을 지휘한다는 조건을 갖춰 미라맥스를 설득했다. 액션 블록버스터의 영웅 니콜라스 케이지도 15년 전 출연하고 싶었던 지골로 스토리 <소니>가 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표류하자 사재를 프리 프로덕션에 투입하며 감독 개업을 선언했다.배우들의 감독 겸업에 대한 시선이 흔쾌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 촬영현장의 귀족 대우를 받던 응석받이들이 현장을 지휘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사람들은 연출하는 배우를 연기하려는 모델과 비슷하게 바라본다.” 뉴욕의 연극배우로 출발해 <아이즈 와이드 셧>의 조연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연출을 어깨 너머로 배운 뒤 <인 더 베드룸>으로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토드 필드의 말이다.그러나 미국 감독조합 대표 마사 쿨리지는 연기자로서의 훈련은 좋은 연출을 보장하진 못해도 감독에게 유용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배우를 다루는 데 무능한 많은 신인 감독에 비해 배우 출신 감독들은 세트의 메커니즘을 훨씬 잘 이해한다는 것. 반면 영화 전체를 놓치고 연기연출에만 매몰되는 일은 배우 출신 감독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연기만 끝내면 영화를 잊어도 좋던 배우 시절과 달리 지루한 포스트 프로덕션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배우 출신 감독들에게 낯선 부담이다.그럼에도 배우들은 끊임없이 메가폰을 향해 손을 뻗는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성공도 실패도 내 것이다.” 데뷔작 편집에 고심중인 조지 클루니의 고백이 그 이유를 웅변한다.김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