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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로카르노 영화제-황금 표범, 젊은 포효를 내지르다[1]
2002-08-20

유럽영화제의 지반에 A급영화제가 또 하나 태어났다. 국제영화제의 등급을 매기는 단체인 국제영화제작자협회(FIAPF)는 올해 55회를 맞는 로카르노영화제(8월1∼11일)에 그 영광을 안겨줬다. 햇수로 따지자면 로카르노영화제는 칸보다 몇달 앞서 출발한, 베니스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다. 그럼에도 중간 규모의 영화제로 머물렀던 건 스위스 정부의 미진했던 지원정책과 경제적으로 가장 후진 소수언어(이탈리아어) 지역에서 영화제를 치러야 하는 경제적 취약성 때문이었다.아무튼 올해 A급영화제의 원년을 맞은 로카로노영화제의 모습은 놀랍도록 새로워진 데가 많았다. 3200석을 갖춘 경쟁영화 주상영장 페비 옆에 960개의 좌석을 갖춘 라 살라와 500석의 라 알트레 살라 상영관이 새로 문을 열었고 페비 뒤의 빈터에 설치된 텐트와 목조로 만들어진 이동성의 포럼 스페이스는 영화인과 관객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쓰여져 참가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영화제의 또 하나의 변화는 경쟁부문의 수상금액이 거의 배로 오른 점이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가 경쟁영화 수상금액을 올렸던 걸 의식해서 그랬는지 9만 스위스프랑으로 오른 상금은 젊은 감독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고, 뒤늦게나마 중앙정부와 주정부, 로카르노시에서도 지원금을 두배로 늘려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지적되던 적자문제가 드디어 해결된 셈이다.젊은 감독을 부르는 로카르노

지난해부터 로카르노영화제를 이끄는 이렌 비냘디(59) 집행위원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이탈리아 출신으로 1975년 창간된 유명 일간지 <라 리푸브리카> 1호부터 영화편집장을 지냈고 펠리니 감독와 모라비아 작가 등과 절친하게 지낼 정도로 작가로서 또는 영화제 전문가로서 이탈리아 문화계에 알려진 인물이다. 90년대 중반 베니스영화제의 ‘베니스의 밤’ 프로그램을 몇년간 맡다가 로카르노영화제로 자리를 옮겨 역시 이탈리아 출신인 전 집행위원장 마르코 뮐러의 자리를 이어받았다.비냘디 체제가 들어서면서 영화제의 스타일은 눈에 띄게 많이 바뀌었다. 첫째 영화제의 주요 팀이 조직위원장을 빼고는 모두 여성들로 이뤄진 점이다. “남자들과 같이 일하는 게 싫다”는 게 이유였는데, 큼직한 체격에 호탕한 성격의 비냘디는 첫해부터 스위스 매체의 스타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특히 올해 베니스영화제서 집행위원장직을 주겠다는 데도 가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가자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둘째는 프로그램의 중심점이 달라졌다. 뮐러 전 집행위원장은 실험성의 작가영화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중국, 일본, 이란 작품에 치중했던 반면 비냘디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답게 영화의 대중성(communicative cinema)을 중요시하는 쪽이며 한 지역에 치중하지 않는 듯하다. 비냘디는 영화제 전에 스위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영화가 꼭 예술형식이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영화작업은 훨씬 폭이 넓고 복합적이다. 찰리 채플린은 대중을 위한 예술영화를 만든 위대한 천재였고 개인적으로 빌리 와일더, 펠리니, 트뤼포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셋째는 로카르노영화제가 다시 젊은 감독을 위한 영화제로 되돌아간 점이다. 전 집행위원장 밑에서는 감독의 나이와 작품 경력에 상관없이 세계 초연 영화가 선정의 주대상이었으나 비냘디는 원래 영화제의 목표였던 젊은 감독들의 첫두 번째 작품을 선정대상으로 했고 올해 주요 수상자들의 나이가 30대 전후였음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문승욱 등의 <전쟁…> 비디오 대상영화제 12일간 소개된 영화는 400편이었다. 로카르노의 주요 경쟁부문은 장편경쟁과 소니사가 지원하는 국제비디오 경쟁이며 각각 22편의 장편과 20편의 비디오 작품이 경쟁에 올랐다. 후자의 경우 올해부터 새롭게 극영화에서 실험·다큐멘터리영화까지 모든 형식의 작품이 경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기쁜 소식이기에 비디오 부문의 수상을 먼저 말하자면, 올해 표범의 대상은 전주영화제의 삼인삼색 디지털 부문 지원으로 완성된 문승욱, 스와 노부히로, 왕샤오솨이의 공동작품 <전쟁 그 이후>와 미국 출신 제니퍼 두워르킨의 <사랑과 다이아나>에 공동으로 주어졌다. 대상상금은 3만프랑이며 비디오 미디어의 특성을 잘 활용한 작품에 주어진다.그 밖에 35mm에서 비디오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을 수용하는 비경쟁의 오늘의 감독 부문에서 54편이 시사됐고 그중에는 김응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욕망>도 들어 있었다. <욕망>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뉘는 듯했는데 폴란드의 평론가 피터 반 브뢰언은 “연출력이나 주인공들의 성격묘사는 높이 평가할 만한데 다만 한국의 정서를 모르는 사람에겐 심정적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고 평했다.로카르노영화제서 빼놓을 없는 진풍경의 하나는 피아자 그란데의 야외상영이다. 8월 한여름 밤, 별을 바라보며 유럽에서 제일 큰 스크린으로 하는 영화감상은 정말 어느 영화제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감동 그 자체다. 개폐막식과 수상식 무대이기도 한 이곳은 매일 저녁 9시 반에 시작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드는 인파로 7천석 수용의 광장은 그야말로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채워지며 영화가 좋으면 박수로, 나쁘면 휘파람으로 관객은 그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이들의 평가는 유명 감독도 두려워할 정도로 세다. 피아자 그란데 무대는 한국영화로 국제영화제서 처음으로 1998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대상, 박광수 감독이 <칠수와 만수>로 청년상을 그리고 2001년 문승욱 감독의 <나비>로 주인공 김호정이 최우수여우상을 받은 자리다.올해 개막작은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을 각색한 영국 올리버 파커 감독의 <더 임포턴스 어브 빙 어네스트>. 폐막작인 미국 감독 네일 라부트의 <포세션>과 함께 모두 17편 영화가 프로그램에 올라 있었으나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진행에 차질이 많았다.▶ 제55회 로카르노 영화제-황금 표범, 젊은 포효를 내지르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