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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통신원] 아카데미 일정 변경으로 골머리 앓는 베를린영화제
2002-08-26

늦어도 2004년부터 베를린영화제에 대폭적으로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임기 2년차인 디이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은 지난 8월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단 영화제 기간을 12일에서 11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코슬릭 위원장은 행사기간을 하루 줄이는 데 대해 규모 축소가 아닌 내실화, 집중화라고 애써 강조했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이 앞당겨질 경우에 대비한 베를린의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발표된 바와 같이 아카데미 시상식이 4주나 빨라져 3월 말이 아닌 2월 말에 개최된다면 베를린영화제와의 시간차는 겨우 2주 정도다. 그러나 베를린영화제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베를린에서 열리는 행사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식품박람회(녹색주간)와 관광박람회가 영화제 앞뒤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슬릭 위원장은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 변경으로 인한 영향을 꼼짝없이 앉아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는 처지.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 변경을 베를린영화제에 대한 저주로, 혹은 축복으로 간주하느냐는 관점의 문제다.낙관론자들은 베를린영화제가 오스카 전야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지만, 현실론자들은 바짝 뒤로 다가와 있는 오스카의 우람한 근육 앞에서 베를린 곰들의 위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게다가 오스카 수상 후보로 지명된 할리우드 스타들이 행사를 눈앞에 두고 가뜩이나 의상/메이크업 리허설로 정신없는 마당에 굳이 베를린까지 찾아오겠느냐는 회의론자들도 있다.그러나 베를린영화제가 영화제 차원을 넘어 세계적 규모의 영화시장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논리로 코슬릭 위원장은 낙관론자 편에 선다. 2월 둘째 수요일, 베를린영화제가 개막되면 세계 각국 영화마케팅 전문가들은 베를린을 찾아와 대략 5일쯤 베를린 필름마켓을 돌아본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필름마켓으로 직행하게 마련이다.그러나 오스카 시상식이 2월 말에 개최되면 아메리칸 필름마켓 일정은 가을로 미뤄질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베를린영화제의 필름마켓은 해마다 최초의, 최대의 영화시장으로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어차피 영화계 항공모함인 오스카 시상식의 위세에 맞설 수 없는 처지라면 그나마 주어진 가능성 속에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코슬릭 위원장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제 상영작품 수(현재 400편, 필름마켓까지 포함해 800편)만은 줄이지 않을 것이란다. 한해 동안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200여 영화제 상영작들이 처음 선정되는 곳이 다름 아닌 베를린영화제이고, 바로 이 점에서 세계영화계가 베를린영화제의 중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얘기다.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