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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울의 여름> 촬영현장
2002-08-28

작은 초등학교 하나(화율초등학교)와 절 하나(귀신사), 성당 하나(수류성당)가 편안히 자리한 전북 김제 모악산 자락의 조용한 마을. <보리울의 여름>의 촬영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아름답고 따스한 곳이었다. 오래 전 스님이 되어 떠나간 아버지를 찾아온 아들과 시골 마을 신부와 수녀, 스님, 그리고 마을 아이들과 할아버지들이 갈등을 녹여내고 축구를 통해 화합해 나가는 이야기인 <보리울의 여름>은 지난 8월5일 크랭크인한 이민용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이다.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와 절, 성당이 영화의 주무대이고, 차인표(김신부), 장미희(원장 수녀), 박영규(우남 스님)가 주연이다. 또한 ‘엔프라니’ 광고로 알려진 신애씨가 젊은 수녀인 바실라 수녀로 나오고, 여러 아역배우들과 촬영지 현지의 아이들이 마을의 아이들로, 그리고 윤문식, 최주봉, 김진태, 양재성, 박인환씨 등 극단 가교의 5인방이 마을 할아버지로 출연한다. 주요 무대 중 한곳인 수류성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1890년대에 지어진 종탑이 아직도 그대로 보존돼 있고, 하루에 몇번씩 아직도 종을 울리는, 그림 같은 곳.

취재진이 찾은 날에는 극중 주요 대립관계 중 하나인 원칙적인 원장 수녀와 덜 엄격한 김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의 촬영이 있었다. 성당에서 키우는 고아들에 대한 교육문제로 둘 사이에 쌓여온 갈등이 터지는 장면. 배밭에서 일하다 온 작업복 차림의 주임 신부가 “아니, 저한테 말도 안 하고 아이들을 혼내키면 어떡합니까?” 하고 핏대를 세우자 정갈한 수녀복 차림의 원장 수녀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채 “아이들 교육은 제 업무소관이지요”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차인표씨는 “장미희 선배와 내가 마주서서 연기를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떨린다”며 긴장하다가 OK사인을 받고서야 웃음을 보였고, <보리울의 여름>으로 <아버지> 이후 5년 만에 영화를 찍는 장미희씨는 잠깐 짬이 날 때면 나무그늘에 앉아 대사연습을 계속하며, 카메라가 돌아갈 때나 아닐 때나 늘 조용한 수녀 같은 모습이었다. 이와 대조되게, 박영규씨는 호방한 땡중이면서 선불교적 깊이를 지닌 자신의 캐릭터 우남 스님처럼, 시종일관 스탭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며 촬영장에 화색이 돌게 하는 모습.

작은 시골마을에서 순조롭게 촬영중인 <보리울의 여름>은 현재 40% 이상 촬영을 마쳤고 11월 혹은 12월에 개봉할 예정이다.김제=사진 손홍주·글 최수임

♣ 성당 고아들에게 먹일 깍두기를 담그는 원장 수녀와 바실라 수녀.♣ 김 신부와 우남 스님이 ‘지지미’를 먹는 장면. 상 끝에 앉은 원장 수녀에게 우남 스님이 술 한잔 따라달라고 하나, 반응이 없자 김 신부가 대신 따르게 된다.♣ 차인표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이민용 감독.♣ 촬영이 한창인 수류성당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