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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스냅 숏들
2001-04-03

2001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스냅 숏들

러셀 크로와 톰 행크스의 유머감각

‘배드 보이 vs 굿 가이’의 구도로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경쟁한 러셀 크로와 톰 행크스는 유머감각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꿈을 위한 레퀴엠>에서 엘렌 버스틴이 20년 더 늙고 30파운드를 불렸어도 러셀은 그녀에게 구애했을 것”이라는 사회자 스티브 마틴의

농담 직후 카메라에 잡힌 크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반면 톰 행크스는 “러셀 크로 납치기도범에 대한 FBI 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톰, 그러면 안 돼죠!”라는 마틴의 꾸지람에 정말 부끄러운 듯 시무룩하게 고개를 푹 숙여, 올 시상식 최고의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제니퍼 로페즈와 비욕의 드레스

오트 쿠티르 디자이너들의 캣 워크 노릇을 단단히 하는 오스카 시상식의 붉은 양탄자에서 올해 가장 눈길을 끈 여배우는 시상자로 나선

제니퍼 로페즈와 주제가상 후보 비욕. 제니퍼 로페즈는 상반신의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드레스로 시선을 휘어잡았으나 사려깊은(?)

중계카메라는 그녀의 노출을 프레임 밖으로 잡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비욕은 친구가 만들어줬다는 백조 드레스를 온몸에 감고 나타나 올해 오스카에

등장한 가장 괴이한 패션 감각의 소유자로 꼽혔다.

케빈 스페이시의 배달 서비스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로서 여우주연상 발표를 맡은 케빈 스페이시는, 자신도 앞서 등장해 지난해에 잊은 아버지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 힐러리 스왱크처럼 감사를 빠뜨린 사람이 없나 간밤에 생각해내려 했으나 그 순간 자신의 턱시도가 캐나다 노바스코셔에 있음을 기억해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의 양복을 배달해준 사람은 다름아닌 주디 덴치. 스페이시는 데임 작위를 가진 주디 덴치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내가

경험한 가장 고급스런 택배 서비스”였다는 위트를 잊지 않았다.

대니 드 비토의 건강 간식

네 시간 가까이 지속되는 시상식은 잘 차려입고 꼿꼿이 앉아 있는 스타들에게도 고문에 가까운 고역. <에린 브로코비치>의 제작자 대니 드

비토는 객석 앞쪽에서 틈틈이 당근을 꺼내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실소를 자아냈다. 사회자 스티브 마틴은 드 비토의 ‘탈선’을 놓치지

않고 막간을 이용해 야채를 찍어먹는 딥을 손수 전달해, 드 비토로 하여금 안주머니의 샐러리를 꺼내들도록 했다.

마이크 마이어스, 최악의 조크

오스카 시상식 최악의 애드리브는 음향상을 발표한 마이크 마이어스의 농담. 음향상 후보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임에 거꾸로 착안한

그는 “온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기다려왔던 상이다. 이 발표는 전 산업계에 충격을 퍼뜨릴 것이다”라고 손가락까지 겹치며 호들갑을 떨어 일부

관객을 불쾌하게 했다.

기자회견장 천태만상

오스카를 받아든 수상자들이 직행하는 무대 뒤의 기자회견장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피로에 지친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 일본 기자는

<와호장룡>에 대해 묻는 다른 나라 기자들에게 “중국어 영화라 나는 잘 모른다”고 끊임없이 대답하느라 파김치가 됐다고. 단편영화상 수상자

플로리안 갈렌버거가 엉뚱하게 할리우드 파업 사태에 대해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저는 독일 감독이고 수상 영화도 멕시코에서 찍어서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하는 촌극이 있었다. 악동 러셀 크로는 누군가 연기 방법론을 묻자 “예, 아니오, 또는 짧은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여러분과 나는

잘 지낼 수 있다”고 대답해 악명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