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베이징 리포트] 왕가위 신작은 대체 언제?
2002-09-16

새 영화 , 촬영 중단되었다는 소문 속에 인터넷으로 공개된 사진 화제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은밀한 만남을 가졌던 방의 호수가 ‘2046’호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왕가위 감독의 열혈팬들은 아마 그 시점부터 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을까. <화양연화>가 공개되기 전인 지난 1999년 4월 크랭크인한 은 현재 알려진 바로는 촬영 중단 상태이다. 촬영 전부터 다양한 국적의 배우 기용과 왕가위 최초의 SF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은 그동안 왕가위와 주연배우인 일본의 스타 기무라 다쿠야의 불화설, 예정된 촬영기간을 훌쩍 넘겨버린 왕가위의 연출방식에 대한 투자자와 배급업자들의 노골적인 불만표시 등으로 오리무중에 빠져 있었다.

이제는 언론뿐만 아니라 왕가위 팬들의 구미 또한 돋우지 못하던 이 최근 인터넷상에서 공개된 사진으로 다시 한번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단아하게 차려입은 장만옥으로 <화양연화>에서 수차례 봐왔던 이미 익숙한 그 모습이다. 이 사진을 두고 과 관련된 영화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우선 왕가위 감독 본인은 공개된 사진에 대해 “만약 노출된 극중 사진이 있다면, 단지 사용될 캐릭터와 의상을 시험삼아 찍어본 것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일축해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전 <화양연화>가 상영되었을 당시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왕가위는 “<화양연화>와 의 촬영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약 100년의 시차를 가진다. 이러한 두 영화를 고루 돌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치 동시에 두명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과 같다. 앞으로 두편의 영화가 한편의 영화로 보여지는 것이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편의 영화가 서로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인물과 줄거리가 연계되어져야 하지 않을까?<화양연화>가 ‘상하이’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은 ‘홍콩’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라며 두 영화의 연관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무라 다쿠야와는 달리 출연이 확실시되는 양조위 또한 “에서 처음으로 미래를 배경으로 삼는 캐릭터를 연기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최근에 이라는 책에 몰두하는 60년대 작가를 연기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혀 두 영화의 연계성을 암시했다.

은 양조위 외에 이른바 ‘왕가위 사단’이라 불리는 왕비, 장진, 유가령 외에 장만옥, 그리고 대륙 배우로서는 유일하게 장쯔이가 가세할 예정이다. 한국 배우들의 출연도 점쳐지는데, 기무라 다쿠야의 중도하차 소식 즈음 이미지가 비슷한 원빈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였다. 이들 중 양조위, 왕비, 장진 등은 올 초 제작된 중국의 설 특선영화(賀歲片)인 <천하무쌍>(天下無雙)에서 먼저 호흡을 맞추었는데, 이는 <동사서독>(東邪西毒) 바로 직전에 제작된 영화 <동성서취>(東成西就)의 사례와 비견된다. 왕가위가 제작하고 유진위가 감독한 가벼운 코믹물인 <천하무쌍>은 을 애타게 기다리는 관계자와 팬들을 위한 왕가위의 전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한편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 대해 제작을 맡고 있는 홍콩의 택동(澤東)영화사쪽은 “우리는 어떤 언론매체에도 이러한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사진의 진원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중단 상태인 촬영일정에 대해서는 "잠시 준비 상태 중이다. 많은 정보를 노출시킬 순 없다. 왕가위의 스타일을 잘 알지 않는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계획이 없다는 건 아니다. 배우들의 안배 등 구체적 내용은 모두 정하고 있는 중이고 모든 결정에 대한 변수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왕가위가 반드시 을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늦어도 10월 중에는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5월 개최된 칸영화제에서는 개봉에 앞서 <화양연화>의 미공개 필름이 수록된 <화양연화2001>이 공개되었으며 필름 견본시에서는 의 판권 예매가 이미 시작되었다. 공개시점을 2003년 5월로 못박아 많은 영화상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을 내년 칸영화제에서는 볼 수 있을까? 언제나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인 왕가위에게 큰 기대는 걸지 말아야 할 것이다.베이징=이홍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