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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제2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1]
2002-09-16

해마다 9월이면 토론토는 영화광들의 꿈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칸영화제 이상으로 그해의 화제작을 총망라하는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한국계 상주인구 및 유학생이 많은 도시인 만큼 늘 만원인 서울발 토론토행 비행기편 가운데 운좋게 직항을 탔다면 13시간, 도쿄나 홍콩 등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탔다면 20시간 이상 걸리지만, 열흘간 계속되는 2만7300여분의 스크린 순례에 기꺼이 나선 여행자라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토론토공항에 도착한 9월6일 오후 4시30분, 가을보다 늦여름 기운이 성한 도시의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입국 수속대에서 직업을 묻는 직원에게 영화잡지 기자라고 답하자 방문 목적을 밝힐 필요도 없이 영화제 때문에 왔군, 하고 짐작한다. 캐나다 국기의 상징으로 등록된 단풍의 절경, 나이아가라 폭포와 로키 산맥의 장관 같은 천혜의 자연경관이 사시사철 관광객을 끈다면, 매년 이맘때면 휴가를 미뤄뒀던 인근 국가의 영화팬들과 미디어 및 산업관계자들의 발길이 잦은 때문이다.칸을 잇는 산업적 중요성공항에서 버스로 40여분쯤 들어가야 하는 토론토 시내는,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판답게 유난히 깔끔하다. 다운타운 중심가에 대로와 퀸즈 파크 같은 아담한 공원이 공존하고, 토론토 종합병원 앞 가로수 아래에는 비둘기뿐 아니라 다람쥐도 뛰놀고 있다. 아침에는 홀로 혹은 그룹을 지어 조깅하는 이들이 수시로 스쳐가고, 웬만한 건물이나 공공시설은 모두 금연, 주류는 판매 허가가 있는 특정 가게에서만 파는 만큼 건강하게 삶을 즐기기를 권장하는 분위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싸고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고루 갖춘 캐나다는 미국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로 각광받고 있지만, 거리가 오죽 깨끗했으면 뉴욕을 재현하기 위해 쓰레기를 따로 공수해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나마도 다음날 촬영장에 가보니 애써 배치한 쓰레기 소품(?)들이 말끔히 치워져 있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영화제에서 만난 한 미국 프로듀서의 무용담에 따르면 말이다. 그 시내 중심가, 퀸즈 파크에서 이어지는 블루어 스트리트와 용 스트리트를 축으로 분포한 업타운과 큠버랜드 극장, 시네플렉스 오데온 바서티 등 8개의 상영관과 페스티벌 사무국이 있는 포시즌 호텔이 제2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주무대. 9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27회 영화제에서는 루이스 부르그의 1분짜리 단편 <고잉 백 홈>부터 4시간짜리 영화 <엘스웨어>까지, 세계 50개국의 장편 265편과 단편 80편이 상영됐다. <내셔널 포스트>에 특별 기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표현대로 “어느 누구도 결코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들의 성찬. 이미 영화제를 묘사하는 하나의 클리셰가 된 지 오래지만, 새삼 ‘영화의 바다’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비경쟁인 토론토영화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은 ‘영화제 중의 영화제’(Festival of festivals)란 애초의 이름에 걸맞게 칸,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이미 검증된 ‘알짜배기’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축제라는 것. 아톰 에고이얀의 <아라라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 디파 메타의 <발리우드/할리우드>, 조엘 슈마허의 <폰 부스>,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러브> 등 영화제 개막 전날 시작된 예매에서 먼저 매진된 영화들은 대부분 다른 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들이다.

<파 프롬 헤븐>의 두 주연배우 줄리언 무어와 데니스 퀘이드또한 영화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지역 관객의 반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장이란 점도 “산업적으로 칸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영화제 대접을 받는 이유. 베니스 수상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토론토로 날아온 <파 프롬 헤븐>의 토드 헤인즈와 주연배우 줄리언 무어, 셀마 헤이엑, 샤론 스톤, 닉 놀테 등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감독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사실도 영화제의 산업적 영향력을 방증한다. ▶ [현지보고] 제2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