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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두개의 탑> 해적판에 대한 소문
2002-09-25

<…두개의 탑>이 인터넷에 떴다구

인터넷 신문 <드러지 리포트>는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다른 어떤 매체보다 먼저 터뜨려 사이버 저널리즘의 시대를 화려하게 연 것으로 유명하다. 그 <드러지 리포트>를 창간한 이는 고졸 학력을 가지고 선물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31살의 맷 드러지였다. 전혀 보잘 것 없는 삶을 살다가 클린턴 성추문사건 보도이후 미디어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 그는, “모든 스캔들은 가십이나 소문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하며 <드러지 리포트>를 통해 기존의 언론매체가 다루지 못하는 ‘틈새뉴스’를 집요하게 추적해 제공하는 중이다. <드러지 리포트>의 많은 뉴스들이 실제로 확인이 불가능한 가십이나 소문에 그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확인 불가능한 뉴스들 중에 분명 놀랄 만한 진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 <드러지 리포트>가 얼마전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개봉이 4개월 남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인터넷에 풀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9월1일 공개한 것. 기사의 내용은 9월1일을 시작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두개의 탑>이 공공연히 교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배급사인 타임워너의 간부는 ‘그 <…두개의 탑> 파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정말 의문이다. 왜냐하면 아직 <…두개의 탑>은 완성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력히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더불어 그는 ‘정확히 그 파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영화 전편 혹은 일부를 담고 있을 경우, 그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모든 사람들은 법적인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드러지 리포트>는 배급사의 그런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실제 본편 영화의 파일임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및 <스파이더맨>의 파일도 이미 교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 포스터'>

이러한 <드러지 리포트>의 기사가 나가자마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두개의 탑> 파일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은 당연한 일. 수 많은 파일 스와핑 서비스에는 <…두개의 탑> 파일을 원하는 네티즌들이 밀려 들었고, 와레즈 사이트들에도 접속자들이 폭주했다. 안 그래도 1편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의 DVD를 통해 공개된 2편의 동영상과 정보들 때문에 흥분하고 있었던 팬들의 관심이 폭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영화 웹진인 Movies.com은 그러한 상황을 감안해, 앞으로 개봉이 될 영화들에 대한 관심도 순위를 발표하는 Buzzbin 코너에서 <…두개의 탑>을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OK. 이 영화가 인터넷에 퍼졌다는 뉴스를 듣고 여러분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뒤졌을까요?’라는 말로 상황을 비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드러지 리포트>의 기사는 오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Movies.com 조차 “주변의 모든 마니아들을 총동원해 그 파일의 존재를 찾아 헤맸지만, 그 누구도 그 파일을 본 사람은 없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영화분야에 있어서는 <드러지 리포트>를 능가하는 사이버 저널인 <Ain\'t It Cool News>의 해리 노울즈 역시 ‘드러지 리포트의 기사의 진정성에 대한 파악을 해본 결과, 그런 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정말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 파일이 있는 곳의 URL이나 Twotowers라는 제목의 파일들을 해리 노울즈에게 보냈다는 사실. 그러나 그 중 어느 하나도 <…두개의 탑>과는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 <반지의 제왕> 마니아인 해리 노울즈의 결론이다. 오히려 그는 자신만의 네트웍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미국 내에 <…두개의 탑> 비디오 테이프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자막 작업과 MPAA의 등급 작업을 위한 것이었고 작업이 끝나고 바로 뉴질랜드로 철통같은 호위 속에 되돌려 보내졌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의 한 장면'>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인터넷을 통한 영화 해적판의 유포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은 타임워너사가, 지난 9월8일 인터넷 영화관인 CinemaNow와 영화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CinemaNow는 독립영화 배급사인 라이온스 게이트사를 대주주로 마이크로 소프트, 블록버스터 비디오 체인 등이 투자한 회사.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제공될 영화들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최신 블록버스터들은 물론 타임워너의 과거 영화들이 모두 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한 편의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가격은 최신작의 경우 약 4달러, 과거작들은 약 3달러선으로 정해졌는데, 다운받은 뒤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파일이 손상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예상되는 저작권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함께 타임워너가 다른 4대 메이저 영화사(파라마운트, MGM, 소니, 유니버셜)들과 함께 설립한 Movielink 또한 올 하반기에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며, IBM이 Movielink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개봉된 영화의 인터넷 해적판을 통한 피해가 점차 커지는데 그치지 않고 개봉되지도 않은 영화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할리우드 배급사들이 선택한 생존방법은 그러한 해적판을 양성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냅스터(혹은 소리바다)의 예에서 증명된 것처럼 불법 해적판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최대한 빨리 합법적인 다운로드 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상황의 악화를 막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보면, 그러한 판단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한 시장 규모를 형성할 만큼까지 이미 와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할리우드 배급사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넷을 공식적인 배급채널로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드러지 리포트 <반지의 제왕> 뉴스 : http://www.drudgereport.com/rings.htm

시네마 나우 홈페이지 : http://www.cinemanow.com

무비링크 홈페이지 : http://www.movielink.com

Movies.com Buzzbin 코너 : http://movies.go.com/buzzbin/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