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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성룡의 <턱시도>, 월드 프리미어 [3] - 성룡 인터뷰
2002-09-30

“스필버그가, 딱 내 영화라더라”회색 차이니즈 칼라의 가벼운 재킷 차림으로 나타난 성룡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안녕하세요” 하고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했다. “재미있어요? 진짜?”라는 한국말이 뒤따랐다. 그가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룡은 구수한 손짓과 몸짓, 순발력 있는 유머를 구사하며 좌중을 쥐락펴락했다. 역시 최고의 엔터네이너라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 성룡의 표현에 따르면 ‘성룡식 영어’라는 쉬운 영어에 한국말을 간간이 곁들이며 <턱시도>와 성룡의 할리우드 생활, 이후의 계획 등을 들었다. 인사를 나누면서 <턱시도>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아주 궁금해했다. -<턱시도>는 <러시 아워> 등 전작들과 많이 다른 느낌이다. 어떻게 하게 되었나.=영화 어땠나. 예전 영화랑 많이 달라 궁금하고 혼란스럽다. 여기저기 리서치도 많이 해보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해서 하게 됐다. 그동안 만날 똑같은 영화만 해서 지겨웠다. <러시 아워> 1, 2, <폴리스 스토리> 1, 2…. 팬들은 좋아하지만 나는 너무 지겨웠다. (한국어로) 옛날에 옛날에 돈 없을 때 했지만, 지금 돈 조금 있어, 이제 뭔가 다른 걸 하고 싶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같은 드라마도 하고 싶다.달라지고 싶었는데 어느 날 스필버그가 날 부르더니 자기에게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 스필버그가 나를 부르다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스필버그가 “재키! 나 네 팬이다. 내 아들들도 당신을 너무 좋아한다”며 사인해달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모든 아이들이 너를 좋아하는데 너무 좋은 가족영화가 있다. 폭력도 없고. <턱시도>야말로 너에게 딱 맞는다”라는 거다. 처음엔 옷 이야기인 줄 알고 무슨 ‘턱시도’냐고 물었더니 설명을 해주더라. 작품도 마음에 들었지만 순전히 스필버그에 대한 신뢰 때문에 하게 됐다. -할리우드에 온 지 20년이 되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20년 전 여기 왔을 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재키라니, 누구?” 한다거나, 홍콩이 일본에 있는 땅이냐고 묻기도 했다. 길거리를 다녀야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다. 자신감이 없어져 아시아로 돌아갔다. 그런데 홍콩영화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어느 날 할리우드가 부르더라. 재키 챈 방식으로,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지금은 내가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 예전엔 하루 20시간씩 영어공부를 했지만 지금은 재키 챈식 영어로 통한다. 내가 아무리 공부해도 미국인처럼 영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턱시도>에서 처음으로 블루 스크린 연기를 했다. 혹시 나이 때문에 스턴트 액션을 하기 힘들어진 건 아닌가.=연기 스타일 자체가 특수효과에 의존하는 걸로 바뀌는 건 아니다. 다음 작품인 <상하이 나이트>는 다시 100% 재키 챈 스타일의 액션이다. 에서는 스턴트도 하고 벌룬 연기도 한다. 영화마다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예전 것을 포기하는 건 아니지만.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스크린 앞에 가만히 서서 어깨만 들썩이고, 눈만 움직이는 등,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3개월 뒤에 완성된 걸 보고서야 뭐가 뭔지 알았다.-이제 감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감독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프로젝트A> 할 때 9개월 걸렸고, <미라클> 할 때는 1년 반이 걸렸다. 나는 더이상 젊지 않기 때문에 은퇴하기 전에 좀더 액팅을 하고 싶다. 감독은 늙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 (웃음) 은퇴한 뒤에 학교도 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지금도 액션신은 내가 안무를 하기 때문에 절반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아시아 배우라는 정체성에 대해.=아시아 배우라기보다 나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한국에 가면 한국인, 일본에 가면 일본인, 중국에 가면 중국인, 하는 식으로 모두들 우리의 자랑스런 아시아 배우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미국인으로 취급해주더라. 심지어 호주에 갔더니 우리 아버지가 이민을 갔던 것을 들추어 호주인이라고 하더라. (웃음)-홍콩 출신 배우로서, 홍콩영화의 흥망성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즘은 한국영화계가 부럽다. 지금 홍콩과 중국엔 한국바람이 불어닥쳐 모두가 한국영화를 보고 한국노래를 듣는다. 35년 전 홍콩영화가 아시아에서 힘을 발휘했는데, 이제는 한국영화가 힘을 내고 있는 걸 보면 영화엔 어떤 사이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지보고] 성룡의 <턱시도>, 월드 프리미어 [1]

▶ [현지보고] 성룡의 <턱시도>, 월드 프리미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