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현지보고] 성룡의 <턱시도>, 월드 프리미어 [1]
2002-09-30

지난 9월19일 오후 5시(현지시각) 무렵, LA 할리우드 블러바드에 자리잡은 만 차이니즈 극장 앞길. 차량통행은 전면 금지되고 레드 카펫이 깔린 보도는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관광객 등 구경하는 인파로 크게 북적였다. 극장 앞엔 특유의 코믹한 옆차기 자세를 취한 거대한 성룡의 스탠디가 떡 버티고 서 있고, 사방에 붙은 <턱시도> 포스터며 극장 옆 작은 광장에서 6∼8살가량의 어린이 400여명이 흑백 도복 차림으로 무술 연습을 하는 것도 이벤트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드림웍스 제작, 성룡과 제니퍼 러브 휴이트 주연의 액션영화 <턱시도> 세계 첫 시사가 열린 현장. 길을 전면통제하고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디즈니 등의 직배사에선 종종 벌이지만 드림웍스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할리우드의 뉴페이스’로 떠오른 성룡에 거는 드림웍스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보도 양쪽으로 프레스 라인이 둘러쳐지고, 전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벤트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대에 화답하듯 등 뒤에서 갑작스런 성룡의 기습! 스크린에서 쏘옥 빠져나온 듯, 검은 턱시도 차림의 성룡은 뒤편에서 쏜살같이 달려나와 프레스 라인 안쪽을 한 바퀴 돌면서 사람들과 일일이 하이 파이브를 하고난 뒤에야 만 차이니즈 극장 앞에 마련된 무대로 올라섰다.

올백으로 넘겨 어깨 위까지 기른 머리가 조금 낯설 뿐, 아담한 체구며 친숙한 미소는 변함없는 성룡, 그대로다. 그는 용수철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녔고, 결코 걷는 법이 없었다. <턱시도>에서 함께 작업한 감독 케빈 도노반과 배우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이구동성으로 보낸 “아주 에너제틱한 사람”이란 찬사에 한치도 모자람이 없는 모습이었다. ‘야압, 야압’ 당찬 기합소리와 함께 400명의 어린이 무술단의 태권도와 쿵후 시범이 벌어진 뒤 극장 입장이 허락되었다.한아름은 될 듯 거대한 팝콘 봉지와 드럼통만한 콜라를 옆구리에 하나씩 끼고 입장한 차이니스 만 극장은 3천석 규모의 거대한 극장. 객석을 꽉 메운 관객 가운데 성룡의 유별난 어린이 사랑을 증명하듯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백인 소녀가 “재키 챈(성룡)을 아주 좋아한다”며 “그래서 <턱시도>를 보러 왔다”고 말한다. 소녀의 어머니도 한마디 거든다. “그는 아주 멋져요.(He is very cool!)” 요즘 미국에서는 가 매주 토요일에 방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재키의 대모험>(Jackie's Adventure)이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어 성룡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고. “나는 LA의 택시운전사”<턱시도>는 한마디로 성룡을 위한, 성룡에 의한 영화다. 특수제조한 턱시도를 입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영화의 컨셉은 짐 캐리의 <마스크>를 연상시키지만, <턱시도>는 곁가지 없이 성룡의 액션을 보여주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 실제로 <턱시도>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이디어를 듣고 성룡을 떠올렸고, 시나리오며 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그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다. 성룡은 멋진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로 성장을 한 ‘초보’ 스파이로 등장해 특유의 애크러배틱 액션을 보여준다. 생수제조회사에서 전세계의 생수시장을 장악하려는 가공할 음모가 꾸며지고 비밀첩보국 CSA에서는 요원들을 침투시켜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려 한다.한편 총알처럼 내닫는 운전실력을 가진 지미 통(성룡)은 환상적인 운전솜씨 덕분에 CSA 비밀요원 클락 데블린의 개인 운전사로 스카우트된다.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준수함과 능력을 겸비한 요원인 클락 데블린은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지미 통과 친해지지만 단 한 가지, 자신의 턱시도에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 턱시도가 뭐기에? 비밀은 우연히 풀린다. 어느 날 차량폭파 테러를 당한 클락 데블린은 죽어가면서 지미 통에게 그 턱시도를 입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워터 살레스를 찾으라고 한다.

알고보니 턱시도는 전자동 방어시스템이 갖춰진 세계 최고의 비밀병기. 턱시도를 입고 클락 데블린을 대신하여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게 된 지미 통은 첩보국의 지성파 비밀요원 델 블레인(제니퍼 러브 휴이트)과 함께 데블린의 미완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눈부신 활약을 벌인다. 초고층 건물을 날렵하게 기어오르고, 유명한 솔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춤을 완벽하게 흉내내기도 한다.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도심의 뒷골목을 내달리는 택시는 영화의 예고편격. 성룡은 눈부신 운전실력을 뽐낸다. 붐비는 도로를 피해 뒷골목을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카 드라이브신의 50% 정도는 직접 운전대를 잡는 등 대부분의 스턴트 연기를 직접 해냈다. <러시 아워> 등의 할리우드 전작에 비해 성룡 특유의 스턴트와 애크러배틱 액션은 줄었지만, 블루 스크린과 CG로 만들어낸 액션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블루 스크린을 거의 써보지 않았던 성룡은 “블루 스크린 연기가 더 어려웠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나이 때문에 예전 같은 액션이 이제는 힘든 것 아닌가”라는 우려는 “차기작인 <상하이 나이트>는 100% 성룡표 액션영화”라는 말로 단숨에 잠재웠다.LA=위정훈 oscarl@hani.co.kr▶ [현지보고] 성룡의 <턱시도>, 월드 프리미어 [2]

▶ [현지보고] 성룡의 <턱시도>, 월드 프리미어 [3] - 성룡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