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컬처잼 > e-윈도우
<K-19>로 영화제작에 뛰어든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2-10-10

절반의 성공

‘세계 최고의 비영리 과학교육단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그 이름에 다른 어떤 회사, 기관, 단체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 권위는 우연히 보게 되는 그들의 잡지나 다큐멘터리에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경외감의 이면에 존재할 법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바로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을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를 방문한 사진작가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르지만 기품있어 보이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보이고, 누구에게도 속박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을 것 같은 로버트의 모습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권위는 1888년 1월 ‘지리학적인 지식의 증대와 유포를 위해’ 33명의 지리학자, 탐험가, 교육자, 법률가, 지도제작자, 군장성, 은행가 등이 워싱턴 D.C의 한 클럽에 모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최초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역사 및 자연과학과 관련된 실험, 탐사 등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현재는 <Adventure> <Traveler> <World> <내셔널 지오그래픽 어린이판> 등의 잡지와 수많은 책들을 출간하고 있으며, 축적된 방대한 영상자료를 기반으로 비디오와 CD롬 판매사업을 <Explorer>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TV채널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운영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얼마 전 고대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 탐사를 전세계 141개국 1억명의 시청자들에게 생중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나가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얼마 전 사상 최초로 상업 영화시장에 뛰어들어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해리슨 포드와 리암 니슨을 내세워 만든 영화 <K-19>이 그 주인공.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소련의 핵 잠수함 K-19호가 처음 관계를 맺은 것은 <Explorer>에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을 때였다.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극장용 영화사업의 진출을 모색 중이던 크리스틴 휘태커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자마자 영화화를 결심하게 된다. 그는 “K-19의 이야기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영화를 통해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당신에게 전혀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결정의 근거를 설명했다.

♣ K-19호의 선장이었던 니콜라이 자테예프의 당시 모습.♣ 1888년 33명의 각계 인사가 모여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창립하던 당시의 모습.♣ <K-19>에서 영웅적인 소련 해군의 모습을 연기한 해리슨 포드와 리암 니슨.♣ 1888년 출간된 최초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하지만 그런 결정이 난 이후에도 한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영화사업 진출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비영리단체가 무엇보다 기존의 사업과는 판이하게 다른 영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못했던 것. 그런 우려에 대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역사와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미디어 영역에서 꾸준히 확장을 해온 상황에서, 영화산업으로의 진출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잡지와 책을 만들어왔고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TV채널을 운영해왔으며, IMAX영화들을 만들어온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 특히 최근 들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만큼이나 극장용 영화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영화 <K-19>의 제작진들은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역사적인 사실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우선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들은 실존인물과 그 가족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고, 그에 기반해 기존의 할리우드영화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장소의 로케이션을 가능케 해야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의 사관학교와 모스코바의 전철. 또한 당시의 K-19의 최대한 똑같이 복원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쓰이고 있던 K-19를 빌려와 세트 및 모형제작에 참조하기도 했을 정도다. 더불어 영화의 내용에서도 최대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도록 했으며, 영화를 보고나서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Explorer>를 통해 방영된 특집 다큐멘터리 <Lost Sub>, 책으로 출간된 <K-19: The Widowmaker: The Secret Story of the Soviet Nuclear Submarine>, 그리고 홈페이지의 <K-19> 특집 사이트 등이 그 예다.

그런 노력을 들여 완성된 <K-19>에 대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물론 다소 실망스러운 흥행성적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에 대한 평은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흥미로운 것은 과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K-19>의 그런 결과의 기반하에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이다. 기존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K-19> 한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k19.co.kr 내셔널 지오그래픽 홈페이지의 <K-19> 특집 : http://crater.nationalgeographic.com/k19 한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 http://www.ngc-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