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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로물,남성용과 여성용 판별법
2002-10-10

실리콘 가슴,납작 가슴?

* 알림: 이번 이야기에는 18세 이하의 청소년 및 어린이에게는 부적합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밤 12시 전후로 HBO Plus를 틀면, 상당히 선정적이고 민망하다 못해 웃음이 터지는 영화를 볼 수 있다(경고: 그러므로 부모님의 지도롤 요망합니다). 이름도 못 외는 수많은 에로물들은 희한한 제목만큼이나 초보자의 얼을 빼놓는다. 캐치원 시절부터 ‘캐치원 에로티카’라는 제목으로 나오던 에로물은 이제 HBO Plus라는 독립채널을 가지게 되었다. 분명히 에로물도 자체적인 시청군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게다.

모든 분류에는 하위 분류가 있는 법. 이른바 에로물이라고 통칭하는 성인물도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남자 시청자 위주의 성인물과 여자를 시청대상에 둔 성인물이다. 남자 위주의 성인물과 여자 위주의 성인물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분류는 분명히 가능한데, 과연 그 분류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궁금해졌고, 결국 이 글까지 쓰게 되었다.

같은 성인물이지만 <레드 슈 다이어리> <섹스 앤 더 시티>는 남자보다는 여자쪽이 많다. 본능 시리즈, 여대생 시리즈 등 비디오식 작명을 지은 심야영화는 분명히 여자보다는 남자쪽이 수용층이다. 수준으로 갈라보자는 의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여자들을 고려한 성인물과 남자들만을 염두에 두는 성인물은 이야기 플롯이나 촬영, 제작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자를 고려하는 성인물은 그래도 비교적 튼튼한 이야기 구조나 화면발이라는 무기를 가진다. <섹스 앤 더 시티>같이 화끈, 기발, 통쾌한 이야기와 말발을 내세우거나 <레드 슈 다이어리>처럼 화면발이라도 세우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원죄적’ 시리즈나 ‘부인’ 시리즈에 독특한 이야기가 있었던가? 아니면 화면발은? 배우들은 연기력도 떨어지고 의상은 물론 화장까지 조잡하다.

남자들을 위한 에로물은 <젖소부인 바람났네>처럼 이름이 인상적이어서 남는 것을 제외하고는, 양은 많지만 질적으로 남는 것이 없어서 단지 뭉뚱그린 ‘에로물’ 분류말고는 작품으로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여자들이 보는 것은 고품격이고 남자들이 보는 것은 저품격이다? 이것은 너무 무의미한 비교다. 예외가 많다. 일본 비디오영화에서 거장이 탄생하듯이 남자 위주의 에로물에서도 톡톡 튀는 이야기의 혜성 같은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그래서 ‘캐치원 에로티카’를 꽤 좋아했다). 남자들의 에로물은 저급보다는 초저예산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자를 대상으로 한 에로물’과 ‘여자를 대상으로 한 성인물’을 구분할 수 있게 해줄까? 이 둘을 가장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니라 여자의 가슴이다. 좀 쑥스러운 분류법이지만 오밤중에 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얼어버린 채 얻은 교훈이다. 성인물이다보니 가슴 노출은 상당히 빈번하고 가장 확실하게 구분 가능하다. 남자를 대상으로 한 에로/성인물에 나오는 여자들의 가슴은 말 그대로 수박이다. 엎어놓은 바가지이다. 임신한 여자 역을 하는 여자들의 배가 의도는 알겠지만 결국 부자연스럽게 보이듯이, 남자 대상의 성인물에 나오는 여자들의 가슴은 아주 전형적인 비너스 가슴이지만 오로지 가슴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가슴이란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이야기는 증발하고 가슴만 보인다.

그에 비해 여자쪽 성인물에 나오는 가슴 노출은? 말 그대로 진짜 가슴이다. 목욕탕, 수영장 가면 여자들은 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가슴 노출은 보라고 만든 게 아니라 그럴 만한 이야기 전개가 있었기에 등장하는 일부일 뿐이지 구경거리가 아니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위한 에로물을 볼 때 그다지 몰입이 안 되는 것은 너무나 정형화된 ‘외양’이 한몫을 한다. 부잣집 마나님이건 화류계 여자건 옷을 벗고나면 다 똑같다. 그런 판국에 이야기 플롯은 엉성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야기도 똑같아보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단지 노출을 위해서 존재하는 구실이다. 그러나 여자의 가슴은 결국 남자들에게는 일종의 스펙터클이며 구경거리이다. 그래서 에로물이라고 부르는, 여자들을 관객에서 배제하는 영화나 시리즈들은 어떻게 하면 이 스펙터클을 더 과장되게 보이게 하는가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체위도 거의 일정하고, 카메라워크도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보다 구경거리니까.

여자들을 위한 성인물과 남자들을 위한 성인물의 가장 확실한 분류법. 여배우의 가슴을 보라. 알고나니 참으로 확실하고 민망하면서도 여자라는 인종에게 자괴감을 심어주기 딱이다. 그래서 구경거리로 되어버린 인종으로서 <섹스 앤 더 시티>식으로 남자들의 에로물 쏘아붙이기. 에로물을 보다보면 실리콘 덩어리나 물주머니를 황홀하다는 듯이 만지는 남자배우가 좀 불쌍해진다, 파하!남명희/ 자유기고가 zoo@zootv.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