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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들)>의 두 배우
2002-10-11

즉흥연기,연극의 관록으로 돌파하고

만섭 역을 맡은 이대연은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비언소> <날 보러 와요> <물고기자리> 등의 연극을 통해 관록을 쌓았고, 박재호 감독의 <내일로 흐르는 강>을 비롯해 <내 마음의 풍금> <달마야 놀자> <흑수선> <버스, 정류장>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얼굴을 내보였던 배우. <날 보러 와요>로 96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연극 <거기>에 출연 중이다.

한편 명희 역의 박명신은 극단 한강에서 활동했고, 연극원 학부와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산타 히로시마> <꼭두각시 놀음> <바보각시>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오월의 신부>에선 이대연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영화는 <낙타(들)>이 첫 작품이었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는 한공주가 사는 아파트의 옆집에 사는 택시기사 부인 역으로 출연했다.

두 배우는 애초 시나리오도 없고, 연기도 배제된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박기용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서서히 캐릭터에 다가들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화 제의를 받기 몇달 전 불의의 사고로 상처했던 이대연은 박 감독과의 대화가 일종의 카운슬링 역할을 해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박명신도 “사무실에서 말을 나눠도 술 마시며 속내를 보여주는 대화를 하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영화 속 캐릭터가 가공의 인물과 실제 배우 개인의 모습 중간 정도에 있다는 점도 차츰 익숙해졌다. 특히 이화여대 약학과 출신으로 상당 기간 약사 생활을 했던 박명신은 “극중 캐릭터를 약사로 설정했기 때문에 연기 아닌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가자 즉흥성에 기반한 연기는 어색했다. 디지털카메라를 틀어놓고 배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촬영은 오랫동안 지속됐고 집중을 하기는 어려웠다. 정사가 끝난 뒤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기로 했던 박명신은 끝내 눈가에 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했다. 이대연도 “실제 나의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아 미리 준비했던 대사를 연기하게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촬영이 거듭되면서 배우들은 서서히 주어진 촬영환경에 적응되기 시작했다. 박명신은 “횟집에서 남자와 대화하는 장면을 찍는데 어느 순간 ‘이건 진짜 상황이고 앞의 남자에 대한 감정도 내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즉흥성이란 면에서도 감을 잡게 되더라. 비빔국수를 먹다가 이대연에게 덜어주는 장면은 애초 생각에 없었던 것이지만, 촬영이 거듭되며 배가 불러져서 ‘국수 좀더 드세요’라고 덜어줬다”고 설명한다. 물론 배우 입장에서 이번 작업이 완전히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을 것. 이대연은 “물론 비중 탓도 있었겠지만 기존 상업영화에 출연하면서 내 영화다, 라는 생각을 갖지 못해 불만스러웠는데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체험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라는 게 올바른 방법론인지 의문이 간다”고 말한다. 작업을 끝낸 두 배우는 박기용 감독이 매우 합리적이며 온화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다음과 같은 박명신의 이야기가 묘한 여운을 남기긴 하지만 말이다. “촬영할 때는 전혀 못 느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선 박기용 감독이 꽤 모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 번 영화를 봤는데도 아직도 그 롱테이크를 참아내기 어려운데, 어찌 그런 뚝심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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