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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현장을 가다 - 김현정 감독 인터뷰
2002-10-12

˝이데올로기보다 신념에 관한 영화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신인 감독은 스물여섯명의 기자들로부터 난생처음 당하는 집단 인터뷰에 짐짓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조심스럽고 천천히 대답을 이어가는 김현정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14기 출신으로 단편 <고수부지의 개자식들>을 비롯 <공공의 적>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처음엔 거대할 만큼 건장한 몸집과는 쉽게 매치되지 않게 다소 여성적으로 들리던 이름이, 꼼꼼하고 섬세한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꽤나 적절한 작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는 베를린인데 프라하에서 찍는 이유는.

→ 베를린의 체크 포인트 찰리는 이미 관광지화됐다. 그러나 프라하는 건축의 양식이나 도로의 생김새가 베를린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고, 영화촬영의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미술, 의상, 소품 담당자들이 80년대 카페 여종업원의 의상까지 완벽히 재현해주었다.

데뷔작인데 꽤 대작이다.

→ 솔직히 정신이 없다. 대작이다 뭐다 생각할 겨를없이 그저 열심히 찍고 있다.

한석규라는 배우가 부담스럽지 않나.

→ 물론 그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글쎄, 처음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석규씨에겐 오랜만에 출연작이기도 하고 그럴수록 내 부담은 커지고, 결국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지니까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편해지더라.

“웰메이드한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를 추구한다”고 들었다.

→ 찍다보니 좋아하는 것과 만들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웃음)

단편을 제외하고 연출부 생활을 거치지 않은 상태이며 데뷔작인데 체코, 스페인 등 해외로케이션이 많다. 현지진행과 달리 어려움이 있겠다. 며칠 촬영했을 텐데 어떤 부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나.

→ 사실 해외촬영이 어려운 것은 프로듀서의 몫인 것 같다. 박민희 프로듀서가 모든 점을 잘 알아서 해줘서 감독으로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이미 한국에서 40회 이상 촬영을 하고 왔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사극보다 오히려 80년대의 풍경을 담아낼 만한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80년대는 티가 나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재현하는 데 멋이 나는 그런 시대도 아니다. 아주 애매한 중간시대라서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남북 대립이데올로기를 느낄 세대가 아닌데.

→ 그렇다. 고작 삐라 주워서 가져다주고 볼펜을 받았던 기억 정도밖에 없다. 처음엔 그런 경험의 부재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점이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을 겪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주의나 이념 같은 것은 그런 인물을 보여주기 위한 세팅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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