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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제40회 뉴욕영화제 [2]
2002-10-14

<취화선> <생활의 발견>, 한국영화에 뜨거운 반응 쏟아져 한국영화 두편에 대한 뉴욕의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뜨거움 자체였다. 칸 감독상 수상과 함께 두 번째로 뉴욕영화제에 선정된 임권택 감독의 작품인 <취화선>은 개막 이튿날인 토요일 오후에 배치, 상영에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이미 <뉴욕타임스> 리뷰기사에서는 “임권택의 미학적 전망은 영화의 풍부한 아름다움과 완벽하게 영상화된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개개의 숏들은 그 자체로 하나하나의 그림이 되며 열정과 직관으로 가득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빌리지 보이스>는 “감독은 격정적인 예술가를 자연의 에너지로 다루고 있으며, 영화 역시 광기로 넘친다”고 쓰고 있다. 영화 상영이 끝난 직후 5분가량의 기립박수와 환호는 이 영화가 바로 미국 배급으로 연결되는 힘이 되었다. <피아노 티처> <해피 투게더> <타락천사>를 미국 내 배급했고 현재 <고양이를 부탁해>를 배급하고 있는 ‘키노 인터내셔널’이 영화제 동안 바로 <취화선> 배급권을 확보했다. 키노 인터내셔널 대표 도널드 크림은 “이 영화의 미국 내 공식 상영은 내년 1월이나 2월 중으로 잡고 있다. 영화의 우수함과 뉴욕 관객의 반응을 볼 때 흥행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관객 역시, 오원 장승업의 그림과 배우 최민식에 대한 질문, 임권택 감독의 영화인생에 대해 질문공세를 펼쳐 보였다. <생활의 발견>은 <미지의 즐거움>의 지아장커와 나란히 거장의 입지를 향해 행보하고 있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신세대 작가 감독 홍상수의 독특함을 뉴욕에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에 대해 “잃어버린 사랑과 운명에 대한 침울하고 생략법이 돋보이는 반영이며, 이 영화의 전라 정사장면은 주인공이 세상과 완전히 연결되고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라고 쓰고 있고, <빌리지 보이스>는 “불만으로 가득한 건조한 코미디이자, 불확신과 후회의 유려한 론도”라고 칭한다. 영화상영 때는 물론 관객과의 대화시간 역시 웃음으로 넘쳐났다. 키아로스타미 사건에 항의, 타베르니에도 불참

9·11 테러사건으로 인한 새로운 규정에 따라 이슬람 국가의 미국 비자 신청자들을 엄격히 심사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국적이 이란이라는 이유만으로 뉴욕영화제 방문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에 대한 기자회견 및 관객과의 대화가 모두 무산되고 말았는데, 이미 미국을 일곱 차례나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란의 최고 감독이 비자요청을 거부당했을 때, 기타 이슬람 국가의 예술인들은 어떠하랴. 한 이란극단이 링컨센터 페스티벌에 작품을 초청받아 비자 신청서를 냈다가, 경제적 망명을 요청하며 미국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비자를 거절당한 예가 있었고,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는 LA에서 열린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 비자문제로 참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두달 전 <소름>의 윤종찬 감독 역시, 미국의 권위있는 극장과 단체의 초청장을 가지고도 비자 발급을 거절당한 바 있다. 키아로스타미는 “우리 일반인들이 진보를 위해 충분히 나서지 않아서 생긴 세계의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키아로스타미 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아키 카우리스마키에 이어 프랑스의 베르트낭 타베르니에 역시 영화제 초청을 거절했다. 카우리스마키는 “미국 정부가 이란인을 거부한다면, 핀란드인도 원치 않을 것이다. 우린 기름도 나지 않는 나라니까”라는 유머조의 말로 시작된 성명서에는 “키아로스타미를 이렇게 대할진대, 이름 없는 수많은 죄수들은 어떠할 것인가 미국 정부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제네바 조약을 파기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세계 문화 교류가 금지되면 그 다음 남은 것은 무기 교환”으로 끝을 맺고 있다. 타베르니에는 1934년 빌리 와일더가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가려 할 때 영화를 사랑하는 한 관료가 위조여권이라는 걸 알면서도 비자를 건네준 예를 언급하면서, 문화와 영화를 비롯한 모든 예술작품은 독재에 저항하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의 조처에 항변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와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이 영화제 라인업에서 배제된 사실에서 발생한 약간의 잡음은 영화제 기간 중 키아로스타미의 비자문제와 관련하여 한층 가열되었으나,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시각을 두루 보여주는 영화, 금세기 인종문제를 이슈화한 영화 산정, 역량있는 미지의 감독들을 발굴하는 등의 훌륭한 운영으로 뉴욕영화제는 뉴욕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고 있으며, 뉴욕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뉴욕=정민아 통신원 ▶ [현지보고] 제40회 뉴욕영화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