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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국] 1천만 관객, 득보다 실?
2002-10-16

“송강호와 설경구가 등장해 관객이 포복절도하게 하는 조폭 코미디영화를 만들면 1천만명 들까” 아니면, “한석규와 심은하가 화끈하게 벗는 에로영화나 신파멜로면 1천만명쯤 보지 않을까”

<YMCA야구단> 개봉날, 극장 앞에서 만난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며 낄낄거리고 만 농담이었는데, 문득 정말 영화 한편으로 전국 관객 1천만명을 동원하는 일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친구>의 전국 관객 820만명. 기록은 깨는 맛이라고 했으니까… 호기심이 생긴다.

인구 5천만명도 안 되는 나라에서 1천만명이 개봉 시기에 같은 영화를 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10일 이상 전국 모든 극장에서 전회 매진(하루 5회 상영 기준) 상영이 거듭되거나, 좌석점유율이 흔히 평균이라고 말하는 50% 내외일 경우 20일 이상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똑같은 영화를 상영하면 1천만명 동원이 가능하다. 단일 극장으로 계산해보면 상영관 수가 가장 많은 메가박스 16개 스크린에 똑같은 영화가 걸리고 대략 1년3개월 동안 전회 매진 상영이 이뤄지면 가능한 수치다. 개봉 당시 전국 좌석 수가 4만8천석 안팎으로 추정되는 <친구>를 모델로 계산해보면, <친구>가 걸린 전국 약 210개 스크린에서 42일 동안 전회 매진이어야 하고, 평균점유율이 50% 내외일 경우 대략 3개월 동안 약 210개 스크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연속 상영하면 1천만명 동원이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지난 1993년 <서편제>가 서울 관객 100만명을 넘겼을 때(서울 103만명, 전국 220만명) 다들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했다. ‘~후무’…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100만명이 드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물론 극장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지금과는 단순 비교할 수 없겠지만,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500만명 이상 본 영화가 4편이나 되고(<친구> <공동경비구역JSA> <쉬리> <조폭 마누라>), <엽기적인 그녀>(485만명)에 이어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집으로…> 등도 400만명을 훌쩍 넘겼다. 또 현재 상영 중인 <가문의 영광>도 400만명 대열 합류가 유력하다.

<서편제>만 해도 당시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전 국민적 바람몰이에 힘입어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고, 현재 최고 기록 보유작인 <친구>도 이에 못지않은 온갖 신드롬까지 생기면서 증폭된 결과다. 시장을 주도하는 특정 상품의 독점적 지배가 흔한 일이듯이 영화에서도 이처럼 화제작 한두편이 압도적인 흥행몰이를 해 앞으로 1천만명을 넘기는 영화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첨단시설을 갖춘 복합상영관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그럴 가능성을 더 한다. 한편으로는, 전체 매출액이 5천억원 정도이고, 이중 한국영화가 절반가량인 약 2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규모에 비춰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한편이 1천만명 이상을 동원해(매출 약 600억원) 한국영화 전체 시장의 1/4을 차지한다면, 이런 독점이 결코 건강한 산업구조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좀더 큰 영화로 시장규모를 더 키우고 개척하는 공격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나는 큰 영화 몇편으로 한국영화 시장을 비약적으로 키우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감’이라고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누군가 제대로 연구해서, 영화 한편으로 1천만명을 모으는 게 가능할지 좀 알려주면 좋겠다. <호기심 천국>에다 물어볼까

조종국/ 조우필름 대표 kookia@jow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