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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풍선인형><사월의 끝>
2002-10-16

사랑은 갔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금요일 밤 12시50분)의 주제는 ‘실연’이다. 그렇지만 실연이긴 한데 궁상맞다면 궁상맞고 인간적이라면 인간적이다. 미리 질문부터 하자면, 만약 당신의 아내나 남편 혹은 애인이 다른 남자나 여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쳐 날뛸 것인가, 폭력이라도 써서 화를 풀 것인가, 아니면 패배를 인정하고 점잖게 물러날 것인가 두편의 영화는 마지막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의 인정이라기보다는, 깊은 우물 속에서 신음하는 듯한, 그 우물보다 더 깊은 사랑이었다. <풍선인형>(임찬익 연출/ 16mm/ 컬러/ 17분/ 2001년)에서 연극을 하는 남자는 돈을 벌기 위해 백화점에서 피에로 역할을 하다가 옛 애인을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는 돌아선다. 그녀에게는 단란한 가족이 있었다. <사월의 끝>(추창민 연출/ 35mm/ 컬러/ 16분/ 2000년)은 더 심란하다. 한 남자의 여자는 다른 남자를 사랑했다. 그 남자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 남자의 손가락을 사랑했다기에 그는 가냘프고 긴 다른 남자의 손가락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남자를 교묘하게 불러냈다. 이제 두 남자는 기차역에서 같이 불을 쬐면서 기다린다. 한 남자는 여자를, 다른 남자는 그 여자가 남기고 간 사랑의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사랑은 갔다. 지지리 궁상이다.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