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프리츠 상영작 13편 미리 보기(2)
2002-10-17

천개의 욕망,그러나 당신 또한 죽는다

<달의 여인> Frau im Mond/ 2001년 복원판/ 1929년/ 168분/ 독일

달에 있는 금을 차지하려는 부자들의 음모로 달 탐사를 꿈꾸는 미치광이 과학자 일행이 우여곡절 끝에 로켓을 타고 달에 가는 이야기. <메트로폴리스>를 통해 기술 문명의 미래에 대한 물음을 던졌던 랑이 다음 시도로 달 탐사를 다룬 작품. 준비과정에서 저명한 로켓 공학자와 달 연구가의 자문과 고증을 거쳤으며, 달 표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기차 30량 분량의 바다 모래를 옮겨왔고, 젖은 모래를 말리기 위해 일일이 불을 때며 촬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랑의 완벽주의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SF의 고전이며 로켓 발사시 호명되는 카운트다운의 유래가 된 영화.

<엠> M/ 1931년/ 117분/ 독일

당시 독일 대중지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었던 연쇄살인범의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랑의 첫 번째 유성영화. ‘아이들을 조심시키라’는 단순한 메시지와는 달리 새로이 도입한 음향을 독자적인 표현수단으로 활용하여 속도와 긴장감을 가속시킨다. 그래서 관객은 범인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그의 휘파람 소리만으로 위험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성영화와 표현주의의 유산인 과잉 연출 대신, 랑은 이 영화에서 최소한의 것을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는 심리스릴러 특유의 절제의 미학을 확립했다.

<마부제 박사의 유언> Das Testament des Dr. Mabuse/1933년/120분/독일

평온했던 도시가 다시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한 정신병원을 주목하게 되고, 그곳이 범죄의 진원지임을 알게 된다. 병원에서 범죄를 모의하던 악당들을 놓친 경찰은 조사 끝에 그 병원에서 10년 전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부제 박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랑의 두 번째 유성영화이자 ‘마부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배후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마부제 박사의 모습을 통해 랑은 당시 막 권좌에 오른 나치와 히틀러의 위험을 은연중 경고하고자 했다 한다. 영화의 원활한 상영을 위해 랑이 나치에 입당하기까지 했으나 “불건전하고 병적인 내용”으로 인해 상영 금지되었다.

<릴리옴> Liliom/ 1934년/ 118분/ 프랑스

유원지에서 회전목마를 운영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릴리옴은 아리따운 줄리와 결혼생활을 하지만 타고난 바람기로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릴리옴은 비로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모의한다. 하지만 범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도망가던 릴리옴은 자살한다. 그는 과연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천국의 문을 들어가게 될 것인가 랑이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 프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만든 작품. 주인공의 삶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천상 세계의 환상적 분위기는 특정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에 적합한 표현을 찾으려는 랑 특유의 영화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한번뿐인 삶> You Only Live Once/ 1937년/ 86분/ 미국

전과자 에디는 사랑하는 애인 조와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주유소에 취직한다. 그러나 주변의 편견과 의심으로 그는 곧 해고당하고 새 직장을 얻으려는 노력도 무위로 돌아간 채 무고한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미국 망명 뒤 첫 작품인 <분노>에서처럼 랑은 다시 한번 무고한 사람이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법과 사회정의의 이중성에 비판을 가한다. 극적 필연성과 무관한 우화의 차용이나 비와 안개에 젖은 음울한 거리와 같은 배경을 통해서 랑의 영화 중 <릴리옴>과 더불어 가장 시적인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