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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상영작 13편 미리 보기(1)
2002-10-17

천개의 욕망,그러나 당신 또한 죽는다

<운명> Der Mu de Tod/

1921년/ 82분/ 독일

결혼을 앞둔 처녀가 갑자기 죽은 약혼자를 구하기 위해 저승세계를 찾아가고, 저승사자가 세 사람의 생명이 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약혼자를 돌려주겠다고 제안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6연으로 된 독일 민요’라는 부제대로, 현실 재현보다는 환상의 시각적 구현에 영화의 본질이 있다고 믿던 당시 독일영화가 단골소재로 삼던 민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독일 낭만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이야기구조인,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틀처럼 감싸고 있는 ‘틀구조’(Rahmenhandlung)와 그리피스의 <인톨러런스>에서 영향을 받은 옴니버스 형식을 결합해 이야기구조가 독특하다. 개인의 자유의지와 숙명적 결정론이라는 랑의 핵심주제를 알레고리적 영상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랑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

<마부제 박사> Dr. Mabuse/2001년 복원판/1922년/127분(1부),92분(2부)/독일

노베르트 자크 원작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2부작 ‘마부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방대한 비밀조직과 능수능란한 분장술을 지닌 주인공 마부제 박사는 절도와 위조지폐 발행, 주가조작을 통해 사회를 대혼란에 빠뜨린다. 프랑스의 범죄물 <판토마>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 감독 데뷔전 작가로서 몇편의 범죄물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랑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한다. 특히 1차 대전 패전 직후 베를린의 어수선한 시대적 분위기를 담기 위해 사실적 묘사 대신 초현실적 분위기에 연출의 초점을 맞추었다고.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노스페라투>와 함께 초인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파괴와 혼란에 대한 공포를 그리고 있는데, 당시 독일인들의 현실에 대한 불안과 욕망이 투사된 이 영화에서 나치의 그림자를 은연중에 느낄 수 있다.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 2001년 디지털 복원판/ 1927년/ 123분/ 독일

당시 독일 영화계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제작한 바이마르 시대 독일영화의 결정판. 27년 베를린 초연 당시 240여분이었던 이 작품은 그뒤 제작사와 배급사에 의해 무자비하게 편집되었고 흥행에 완전 참패하여 제작사를 파산시켜버렸다. 결국 원판본은 사라져 버렸다. 당시 랑은 “왜 존재하지도 않는 영화에 그리도 관심이 많소”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의 판본은 각국에 흩어진 판본을 모아 여러 차례 복원작업을 통해 이루어진 최근작. <메트로폴리스>는 마돈나나 프레디 머큐리의 뮤직비디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뤽 베송의 <제5원소>, 팀 버튼의 <베트멘스 리턴>, 최근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에 이르기까지 SF장르영화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스파이> Spione/ 1928년/ 147분/ 독일

<메트로폴리스>의 흥행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전작 <마부제 박사>의 소재를 빌려와 만든 전형적인 첩보영화. 겉으로는 은행장이면서 변장을 한 채 범행을 저지르는 악당을 잡기 위해 특수공작원 326호가 투입되자, 함정에 빠진 그를 적편의 여자 첩보원 소냐가 구해주고, 그녀와 함께 마침내 악당과의 최후의 대결이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액션보다는 적과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 중심을 이루나, 결말 부분에서 등장하는 속도감 있는 편집과 액션장면 등은 007 시리즈류의 첩보영화의 원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