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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시네마 베스트
2002-10-18

조용‥ 지금은 상영 중!

<조용… 촬영 중> Silence… We’re rolling

감독 유세프 샤인 ┃ 출연 라티파, 아메드 베디르 ┃ 2001년 ┃ 이집트 ┃ 102분

중년의 여배우 말락은 제작자, 감독을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스타다. 그러나 가정은 말썽으로 가득하다. 남편이 떠나버린 뒤 말락은 젊고 잘생긴 청년 나메이에게 반해 그를 자신의 상대역으로 뽑는다. 감독은 연기도, 노래도 잘 안 되는 나메이를 꺼리지만 불가항력이다. 나메이는 한술 더 떠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이 빛나도록, 연출과 시나리오까지 간섭하고 영화촬영은 엉망진창이 돼간다. 말락의 딸까지 끼어들어, 나메이를 둘러싼 삼각관계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의 대소동을 통해 나메이의 정체가 탄로난다. 할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를 연상케하는 연출에, 연극적 구성을 섞어 교훈적인 결말을 끌어내는 모습이 다분히 예스러우면서도 정겹다. 영화와 영화연출에 대한 풍자도 유쾌하다. 올해 76살인 유세프 샤인은 40여편을 연출해온 이집트의 간판 감독으로 97년 칸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포르토에서의 어린 시절> Porto De Mon Enfance

감독 마뇰 드 올리베이라 ┃ 2001년 ┃ 포르투갈 ┃ 61분

포르투갈의 거장 마뇰 데 올리베이라가 고향인 포르토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이제는 폐가가 된 자신의 생가, 길가의 거지를 보면서 장래를 불안해하던 유년기, 사랑의 유한성을 얘기하는 40대 보헤미안들의 잡담을 귀기울여 엿듣던 청소년기 자신의 모습이 올리베이라의 독백과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위로 군부 쿠데타에서 우익독재로 이어지던 포르투갈의 암울한 역사가 먹구름처럼 들어선다. 청년기에 의기투합했던 문인은 브라질로 망명했고, 한 건축가는 자기 작품이 표절시비에 휘말리자 자살했다. 얼마 뒤 올리베이라는 집에서 형광등 불빛으로 네거필름을 비춰보며 자신의 첫 영화를 편집했고, 포르토에 첫 극장 ‘시네마 하이 라이프’가 들어섰다. 이런 사연을 당시 사진, 기록필름과 지금 포르토의 모습을 대조시켜가며 담담하게 펼쳐놓는다. 올리베이라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소중한 단서가 될 듯하다.

<야성적인 순수> Wild Innocence

감독 필립 가렐 ┃ 출연 메디 벨하즈 카쳄, 줄리 포레 프랑스 ┃ 2001년 ┃ 117분

사적인 영화들로 열렬한 추종자 그룹을 거느려온 필립 가렐 감독의 <야성적인 순수>는 이미 그가 스크린에 옮겼던 모델 니코와 가렐의 실제 로맨스를 모티브로 삼은 또 한편의 영화다. 평단 일각에서 장래가 촉망된다는 평을 얻고 있는 청년 감독 프랑수아 모주. 모델이었던 애인 카롤이 헤로인으로 죽은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프랑수아는 신작으로 마약의 해악에 집중하는 철저한 ‘반(反) 마약’ 영화 <야성적인 순수>를 기획하고 거리에서 마주친 연극배우 루시를 여주인공으로 정한다. 제작비를 구하지 못하던 프랑수아에게 구원자로 나타난 물주는, 이탈리아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면 제작비를 대겠노라고 제안한다. 촬영은 가까스로 시작되지만 프랑수아의 새로운 연인으로서 카롤의 그림자를 연기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던 루시는 서서히 마약의 위안과 독에 젖는다. 영화와 현실, 영화와 극중 영화가 고리를 맺는 구조와 라울 쿠타르의 흑백촬영이 유려하다.

<스몰 타임 크룩> Small Time Crooks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우디 앨런, 트레이시 울만 ┃ 미국 ┃ 2000년 ┃ 95분

스물아홉 번째 영화 <스몰 타임 크룩>에서 우디 앨런은 그의 오랜 벗인 노이로제를 잠깐 한구석에 벗어두고 단순하고 유쾌한 유머에 젖는다. 전직 범죄자인 레이 윈클러는 상승욕구가 강한 전직 스트리퍼 프렌치와 부부. <스몰 타임 크룩>의 전반부는 영 시네마 부문의 <웰컴 투 콜린우드>와 한패거리다. 은행을 털 계획을 세운 레이는 위장책으로 은행 옆집을 사서 프렌치가 구운 쿠키를 파는 가게를 차리고 지하실에서 열심히 벽을 파들어가지만, 그와 동료들의 수도관에 구멍이나 내는 게 고작이다. 반면 프렌치의 쿠키 상점은 뜻하지 않은 대박을 터뜨려 체인점까지 번성한다. 이제 레이 부부의 과제는 난데없는 부자생활에 적응하는 것이다. 어설픈 도둑들의 코미디는 계급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부부의 뒤뚱거리는 모양새를 관찰하는 매너 코미디로 방향을 튼다. 휴 그랜트가 귀부인이 된 프렌치가 동경하는 미술품 딜러로 나오고 엘레인 메이가 코미디언으로서 잠재력을 과시한다.